용산 형님 안녕하십니까 - 어느 깡패의 고백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2/24
용산 형님 안녕하십니까.

 고명하신 존함과 직책이야 일찍부터 들어 왔으나 그 동안 형님이 과연 우리 식구일까 의구심이 있어 못내 형님이라 부르지 못하였던 이 못난 아우,  오늘에사 형님의 본모습을 처절하게 깨닫고  형님으로 모시고자 무릎을 꿇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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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행동 패턴이 비슷하고 하는 짓도 비슷하고 보스 이하 말단 조직원까지 동일체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 우리 주먹세계와 비슷하다고 해도 형님을 진짜 건달로, 진심 형님으로 모시기는 어려웠습니다. 저희 같은 놈 때려잡자고 전담 인력까지 둔 조직의 우두머리를 어찌 형님이라 부를 수 있었겠으며 또 받아 주셨겠습니까. 하지만 오늘 이 아우 철저하게 완벽하게 무릎 꿇으며 형님의 육성을 되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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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검삽니까 깡패지!”

시사인


아아. 대선배 김두한 오야붕이 미군 앞에서 “나는 깡패가 아니라 대한민국 독립군이야.” 부르짖던 때의 패기를 연상시키는 포효인 동시에 그 어느 신앙 고백보다도 절절한 자기 정체성의 확인이자 토로 아니겠습니까. 방첩사령부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군사 기밀 누설’ 혐의로 압수수색하는 것을 보며 저는 용산 형님의 진면목을 눈물 흘리며 깨달았습니다. 아 형님은 우리 식구였구나. 언제고 우리 까마득한 선배님들이랑 술잔에 피 타서 마시며 의형제 결의를 하실 수도 있었겠구나. 의리에 살고 돈에 죽는 건달이었구나.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센 주먹 수사권을 쥐고 휘두르는 조폭의 수괴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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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 기밀 따위 사소한 것을 유출한 것이 어디 죄겠습니까. 오로지 천공 선생이 국방부 다녀가셨다는 중차대한 발언 하나만으로 그놈은 아킬레스건을 끊겨야 마땅합니다.  보복할 때는 단호하게 응징할 때는 잔인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로 이것이 우리의 모토 아니겠습니까.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에도 힘을 다하는 법이고, 조직에 음해를 가하는 놈은 피라미라도 피의 보복을 안겨야 하는 법...
김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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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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