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실외기 고장으로 2주 넘는 시간 동안 열대야 속에서 선풍기만으로는 완전하게 더위를 쫓아내지 못하여 잠을 설쳤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편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에서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날릴 수 있어서 소소하지만 행복감을 느끼곤 하는데 너무 더운 나머지 지옥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에어컨이 수리되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까지 신체적 정신적 피로는 풀리지 않고 더 쌓이기만 하여 힘든 나날을 보냈다.

정말이지 본의 아니게 기후변화가 심각함을 몸소 체험하였고, 환경에 문외한인 나 자신에게 이대로는 괜찮지 않다는 위기감이 엄습해 왔다.

건조한 기후는 작은 불씨를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화마로 변신시켜 아까운 산림을 한 번에 집어삼켜버리며,

물기가 증발해버린 메마른 땅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