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약이란] 강원도 면장은 어쩌다 아편쟁이가 됐나: 마약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2022/07/22
By 박한슬
이렇게 드라마틱한 추락이 있을까. 21세기의 흑사병이라며 공포의 대상이 되던 코로나는 등장한 지 1년 남짓 지난 요즘에는 적절한 장비만 도입되면 빠르게 퇴치할 수 있는 뉴트리아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 제한적이기
는 하지만 코로나 증상을 완화하고 중증 전환을 막는 치료제들이 개발된 데다, 백신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발되어 보급된 덕이다.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준으로 백신 접종이 완료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변이에 대
한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현재의 대유행(pandemic)이 몇 년 내에 빠르게 종식되리라는 건 어느 정도 합의된 사실이다.
이런 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건, 지금까지 이루어진 무수히 많은 의약품 개발과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한 다음, 이를 대량 생산해 배포하는 것. 인류는 이런 방식으로 다양한 질병을 정복했고, 각 질병을 정복하는 약이 개발될 때마다 사회도 큰 변화를 겪었다. 국내에 출간된 도서 중 에서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에 소개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일상적인 약인 비타민과 관련된 사회 변화를 한 가지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영국이 19세기에 거의 모든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전 세계를 주름 잡으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할 수 있었던 데에는 ‘괴혈병 정복’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시기에 영국 해군은 괴혈병*을 예방하기 위해 라임 주스를 배에 싣고 다니며 정기적으로 병사들에게 마시게 했다. 그 덕분에 라임 주스를 마시는 영국 해군에게 ‘라이미(Limey)’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49쪽)
*괴혈병은 우리가 흔히 영양제로 섭취하는 비타민 C가 부족하면 생기는 출혈성 질환이다. 비타민 C는 피부조직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데, 결핍증이 발생하면 피부가 약해지기 시작해 잇몸 등의 약한 조직이 짓물러 출혈이 시작된다. 증상이 심해지면 최종적으로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비타민 C가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면 증상이 금방 호전된다.
19세기의 제국주의, 식민지화를 가능하게 한 주요한 기술적 요소 중 하나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비타민 C라는 점이 놀랍지 않은가? 책에서 소개하는 10가지 약 외에도 큰 사회 변화를 이끈 약은 무수히 많다. 크게는 여성을 임신과 출산이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경구피임약이나 임신중절약 같은 것도 있지만, 조금 더 작은 범위에서는 뱃멀미를 예방해 주는 붙이는 멀미약의 개발로 해상 운송업이 긍정적 외부효과를 얻는 일도 있었을 테다. 그런데 약과 사회의 상호작용은 꼭 약이 사회를 바꾸는 방향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사회가 약의 성격을 새로이 규정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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