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을 왜 하지?

강남규
강남규 인증된 계정 · 『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2023/01/20
또 정치개혁이 화두이고, 또 텅 빈 정치개혁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위성정당 사태로 허무하게 끝나버린 뒤 3년 만인데, 3년 전의 ‘정치개혁’이 위성정당으로 귀결된 원인을 조금도 수정하지 못한, 아니 수정하지 않은 채 또 시간만 흐른다. 순조롭게 위성정당 시즌2로 향해가는 지금, 정치개혁에 관해 던져져야 할 질문은 간단하다. 개혁을, 왜 하지?

출처 : 국제뉴스
정말 의외로 이 질문에 대한 흡족할 만한 답을 찾아보기 어렵다. 87년 체제가 시효를 다했기 때문에? 애초에 87년 체제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시효를 다했다면 어떤 조건이 변화했기 때문인지는 잘 얘기되지 않는다. 사표를 줄임으로써 표심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비례대표를 확대한다? 필요한 일이지만, 이건 투표제도에 국한되는 근거이고, 또 단지 그것만으로 ‘개혁’이라고 이름 붙일 일은 아니다. 양당제 극복을 위해? 양당제가 존재 자체로 '악'이라는 근거는 없다.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추면서 동시에 국정의 지속성도 꾀하기 위해 4년 중임제를 한다? 그렇다면 의원내각제는 왜 안 되는 걸까. 대통령을 직접 뽑는 일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가 강경하기 때문에 의원내각제는 안 된다? 바꾸긴 해야겠으니 가장 ‘실현가능한’ 제도를 찾아 일단 바꾸겠다는 식인데, 이는 앞뒤가 바뀐 일이다. 실제로 바꿔냈다는 점에서 정치적 효능감은 높아지겠지만, 그 결과가 구태의 도돌이표라면 냉소의 효능감도 함께 커질 테다.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말들은 대개 어떤 특정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최근의 중대선거구제나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이 그렇다. 그러나 어떤 제도가 곧장 이론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실제 현실에서 종종 빗나간다. 예컨대 의원내각제는 이론적으로 권력이 쉽게 교체될 수 있어 정국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평가받는데,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무려 16년을 재임한 사례를 생각하면 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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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한 칼럼을 묶어 『지금은 없는 시민』(한겨레출판)을 냈다. 진보적 담론 확산과 건강한 토론문화 구축을 목표로 하는 '토론의 즐거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민의 문제에 대해 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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