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비의 역사 (3) - 전쟁과 국가의 과학 연구 지원

남궁석
남궁석 · SLMS
2023/10/03
이전의 글에서 알아본 것처럼 현대의 과학 연구는 대부분 국가 지원에 의해서 수행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는 과학의 발전 과정에서 비교적 최근, 즉 20세기 중반 이후에 나타난 추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과학 연구에 대해서 국가가 직접적으로 투자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국가가 직접 관장하는 과학기술 연구는 기상이나 국방 관련 연구 등의 국가 연구소 정도였으며, 오늘날과 같이 대학 등의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에게 국가 연구비가 지원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과학 연구는 록펠러 재단 등의 민간 연구재단에서 간헐적으로 지원되는 비용, 혹은 기업이나 주 정부 등의 지원 등에 이루어졌고, 연방 정부가 국가 연구에 지원하는 비중은 전체 연구 지원 중 20% 내외였으며 그나마 이들 대부분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국립 연구소 등이었다.

국가가 학계 등의 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에 거의 관심이 없는 것도 그렇지만 학계의 연구자 역시 국가에 의한 연구 지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며, 국가에 의한 연구 지원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과학자(대표적인 사람이 칼텍의 총장이었던 물리학자 밀리컨)는 국가로부터 직 간접적으로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과학 연구를 위해서는, 국가로부터의 연구 지원을 최대한 배재하고 민간 자선 재단으로부터의 연구비 등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계기를 통하여 국가가 주도하는 과학이 주류가 되었을까?

전쟁과 과학기술 연구

국가가 과학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한 가장 중요한 계기라면 20세기 전반기에 일어났던 두 번의 세계대전일 것이다. 먼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벌어졌던 제 1차 세계대전은 인류가 역사상 경험한 사상 최초의 총력전이자, 과학기술의 발전이 전쟁의 양상을 전면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전쟁이다. 특히 독가스를 이용한 화학전이 처음으로 등장하였으며, 무선 통신, 항공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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