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2023/07/14
아이와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같이 공부한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가끔 학회나 교육에서 보고, 건너서 소식을 듣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느닷없이 전화가 와서 무슨 일일까 살짝 긴장되었다. 그냥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는 말에 안심하고, 서로의 근황과 안부를 묻고 식구들 이야기도 하다가 진료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가 바뀌었다.
어떤 관점으로 환자를 보는지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대화했는데, 나는 당장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 보다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진료도 거기에 맞추고 있다고 했다. 가만히 듣던 형은 그러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준비도 많이 해야겠다고 하면서 끝에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환자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능동적이지 않아. 자기는 그대로 있으면서 의사가 다 해주길 바라지. 편하게 그리고 당장 효과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자기가 뭘 해야 하고 사는 법을 바꾸라고 하면 싫어해. 네가 말하는 것도 좋지만 그걸 이런 현실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거야.”
누구 전화인데 그렇게 반갑게 받냐는 아내의 말을 뒤로 하고 고민에 빠진다. 친구들도 좋긴 한데, 네 생각은 가끔 뜬구름 잡는 것 같다고 비판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의료의 모습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정도의 환자와 이미 발생한 병은 치료하면서도 그것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