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두부 2023년 12월호 <잃어버린 두부, 코난 그리고 탕자>>

이유경
이유경 · <서른아홉 생의 맛> 저자, n잡러
2024/05/21
언제나 폭풍이 불기 전에는 고요하다. 힘든 한 주를 끝낸 금요일 저녁이었다. 딸들과 남편과 저녁 식사를 일찍이 마쳤다. 학원에 간 아들들 저녁을 준비해 두고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불금 같은 건 없었다. 전기장판으로 따뜻하게 데워진 이불 속에 곧장 직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감기로 2주간 고생했고, 몸이 피로하여 쉬기로 작정한 시간이었다. 남편은 두부 산책을 시키고 온다고 하였다. 두부는 산책 나가기가 싫은지 책상 아래로 숨어들었다. 간신히 두부를 꼬셔 데리고 나간 남편은 신이 났다. 매너가 좋고 늠름하여 산책 나온 사람들에게 칭찬 받는 두부의 견주가 되신 남편은 여러 가지로 신이 난 것이다. 그의 신용카드 명세서는 지난달의 두 배가 되었다. 두부의 먹고 자고 싸고 노는 모든 물건들의 리스트로 채워졌다.

두부를 데려온 지 한 달이 되었다. 나와는 한 번 산책을 나갔고, 딸과도 한 번 대공원 산책을 나갔다. 그 외에는 아파트 주변만 돌았고, 남편이 일주일에 두세 번 대공원을 데리고 나갔다. 두부는 여의도공원보다 큰 면적의 울산대공원을 한 달 동안 열 번 정도 가본 것이다. 다행히 춥지 않은 12월이었고, ‘다행히’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는 폭풍전야의 시간이 다가왔다.   

“지이이잉.”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산책 나갔는데 전화할 일이 뭐람.’ 나는 다소 귀찮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왜?” “큰일 났어.” “왜 큰일 나?” “두부가 사라졌어.” “뭐? 뭐라고? 무슨 말이야?” “아니, (그는 울먹이며) 두부랑 놀다가 두부가 사라졌는데 예담이 예봄이가 필요해. 예담이 예봄이 목소리면 돌아올 거야.” “알겠어, 금방 갈게.”

나는 딸들을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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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생의 맛> 저자. 겹쌍둥이 네 아이를 키우며 생존을 위한 읽기와 쓰기, 멍때리기를 반복. 쉽고 좋은 글을 써서 조금 웃기고픈 욕망이 있는 수줍은 사람. 청소년 소설, 동화도 쓰는 중. - <여자의 가슴> 2018년 울산신인문학상 등단 - 2019년 <서른아홉 생의 맛> 출간 - 어린이 단편 동화<꾸벅꾸벅 할머니와 깜박깜박 가로등>으로 동서문학상 맥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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