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태
채희태 · 낭만백수를 꿈꾸는 교육사회학도
2023/09/30
※ ZD넷 코리아에 칼럼으로 연재했던 글입니다
<사진 제공 : 모티링크>
개념을 분리(separate)해 인식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 중 하나다. 자연과 한 덩어리로 존재했던 인간은 이성을 갖게 되면서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었다. 분리를 통해 자연을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인간은 객관으로 존재하는 자연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분류(categorize)를 시작한다. 인간은 자연을 생명의 유무를 기준으로 생물과 무생물로, 다시 생물을 운동성과 세포벽의 유무 차이를 기준으로 동물과 식물로, 그리고 그 각각을 다시 종-속-과-목-강-문-계-역으로 분류하며 적극적으로 자연을 이해해 왔다. 인간은 자연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분리 능력으로 이제 인간 스스로를 인종과 성, 나이 등으로 분리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분리는 객관을 대상으로 하는 분류와는 다른 개념으로, 차라리 분열(division)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문명은 이렇게 분리, 분류, 분열을 통해 발전해 왔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이 분리의 능력으로 미시(micro)에 접근할수록 세상은 걷잡을 수 없이 거대(macro)해지고 있다. 학문적으로 가장 뛰어나다고 인정받는 박사는 자신의 분야에서만 뛰어날 뿐이다. 그래서 필자가 만나본 대부분의 박사는 다른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무지를 쉽게 인정한다. 그러한 인정이 보편화된다면 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의 박사(博士)는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심사(深士)라고 불러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정보의 팽창을 주도하고 있는 IT의 진보는 점점 인간을 코끼리 앞에 놓인 장님 신세로 만들고 있다. 장님이 코끼리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의 경험에 다른 장님의 경험을 통합해 사고하는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만진 부분이 코끼리의 전부라고 주장한다면 코끼리를 제대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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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콘텐츠, 정책 기획자, 사회 현상의 본질을 넘어 그 이면에 주목하고 싶은 兩是論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저자. ZDNET 코리아에 칼럼 "IT는 포스트노멀 시대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연재. 공주대학교 평생교육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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