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이라는 자기만의 방 - 이어폰으로 보는 소리의 문화사(2)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3/08
이어폰을 하고 있는 모습(매일경제)

'이어폰'이라는 자기만의 방 - 이어폰 딜레마

이어폰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었지만 워크맨이 등장하면서 함께 실용화되기 시작한다. 워크맨이 음악의 개인화를 이루어내었지만 사실상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이어폰의 존재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음악은 불멸을 얻었고 이것이 현실세계로 침투한다. 음악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수많은 소음의 일부가 되었지만 동시에 이어폰이 존재함으로써 우리의 귀 안에서만 재생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어폰과 워크맨은 공동체에서 개인으로의 분리가 이루어지는 흐름의 일부였지만 동시에 그 분리를 더욱 빠르게 만들었다. 

이는 ‘자기 만의 방’에서 기인한다. 이어폰은 ‘자기 만의 방’을 연다. 물론 자기 만의 방을 구현해내는 가장 첫 번째 요인은 음악일 것이다.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로 인간은 음악 안으로 초대받는다. 특히 녹음된 음악은 점점 발전해나가면서 현장의 음악과 아예 다른 특성을 가진다. 전혀 다른 매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의 음악은 음악 이외의 요소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현장의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힘을 가진다. 반면에 녹음된 음악은 음악 자체에 더 집중하게 한다. 기술을 통해 더 정교화 되어야 하고 더 섬세한 영역에 속한다. 동시에 현장에 있는 것처럼 실재감과 공간감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분위기, 그러나 질적으로 아예 다른 분위기이다. 녹음된 음악은 그렇게 인간을 초대한다.

그리고 이를 구현해내는 매체가 바로 이어폰이다. 이어폰은 주변의 소리를 차단한다. 그렇게 공공의 영역이 파고들지 못하는 개인의 영역이 탄생한다. 하나의 방이 만들어진다. 이어폰은 여기에 음악을 흘려보낸다.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 개인이 음악에 집중함으로써 자기만의 영역 안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게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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