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라는 개소리 위로 들린 '자유 찬가'의 감동

조건준 인증된 계정 · 적정사회를 위한 기여자
2023/05/09
"완전 베토벤이네"
"쉿!"
연주를 시작하자마자 강렬한 느낌에 나즈막히 얘기했더니 손가락을 입에 대면서 닥치고 관람하라는 옆 좌석 분. 지휘자가 굉장히 인기 있는 분인가 보다. 이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듣기에도 입장할 때 환호가 대단했다. 구자범이라고 한다.

 클래식이란 건 도대체 나와 거리가 멀다. 섬에서 자란 내겐 할머니의 신세 한탄 창과 동네 사람들 모두가 눈물짓던 상가에서 묘지로 향할 때 울려 퍼지던 상여 소리가 더 익숙하다.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고 감상 평을 쓰라고 했던 고등학교 음악 시간이 떠오른다. 뭐라고 써야 할 지 몰라서 그냥 음악을 들으며 푸른 계절에 싱싱한 느낌이 어쩌고 물결치는 바다 생각이 난다는 둥 헛소리로 채웠던 것 같다. 친구들은 어떤 작곡가의 어떤 종류의 곡이며 어떤 배경에서 탄생했고 클래식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는 식으로 썼다. 나는 이런 지식에 대해 완전 꽝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연주를 직접 예술의 전당에서 듣는 호사는 내 인생에 없던 일이다.
5월 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린 우리말로 부르는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공연 - 사진 글쓴이
베토벤이야 워낙 유명하니 매체를 통해서 가끔 들었고 음악 앱을 통해서도 몇 번은 들었다. 연주 현장에서 듣는 것은 역시 다르다. 어느 도시에서 합창이 종교 편향적인 곡이라며 연주를 못하게 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난다. 베토벤 교향곡의 합창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기뻐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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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권리 양극화 시대에 적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환역량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은 시민이자 모든 노동시민에게 다정하고 탄탄한 곁이 생기도록 지원하는 아무나 유니온(아유)하는 세상을 일구려는 동료 시민 중의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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