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라고 만든 기술? - 사진의 기술학과 관음의 윤리학(1)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3/13
관음: 타인과 대상을 몰래 훔쳐보는 행위(공공뉴스)

1. 기술과 관음

기술은 인간의 욕망과 유기적 관계를 맺어왔다. 인간의 욕망은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발전된 기술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며 새로운 욕망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기술은 인간이 물리적, 사회적인 한계로 인해 실현하지 못하는 욕망들에 적극적으로 반응했고 충족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들은 비단 속도, 힘, 비행과 같은 인간이라는 종(種)의 동물적인 한계를 넘고자 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러한 욕망과 결합한 기술이 그것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주로 인류의 발전을 도모한 반면, 발전된 기술이 인간의 욕망 그 자체를 위해 '복무'하기도 한다. 

특히나 그것이 사회에서 금기시 되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욕망임에도 기술은 거리낌 없이 그것을 발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발전된 기술은 이러한 금기된 욕망들을 은밀하게 충족시킨다. 그리고 기술이 가장 은밀하게, 효과적으로 결합한 것이 바로 '관음'의 욕구다. 관음증은 타인의 육체와 사생활을 훔쳐보는 데서 쾌락을 얻는 욕망의 메커니즘으로서 성과 관련한 금기사항 중 하나였다. 

그림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인터넷과 인공지능으로 발전하는 기술은 '금기'인 관음을 단계적으로, 은밀히 충족시켜왔다. 기술은 관음이라는 '못된 욕망'에도 충실히 복무해온 것이다. 이 글에서 관음의 욕구 이면에 담긴 의미를 짚어보고, 관음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온 기술 발전을 단계적으로 살펴보며 더 완벽한 관음을 위해 쓰여 지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2. 우리는 왜 관음하는가

 성과 연관된 행위를 관찰함으로써 비정상적 성적 만족을 느끼는 성적 도착증. 우리 사회에서 '관음증'은 일반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된다. 이는 곧 '관음증'이 일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이지 않은 증상일까? 놀랍게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질병'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듯하다. 포르노그래피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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