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그림자, 언제쯤 벗어날까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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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By 아만다 헤스(Amanda Hess)
지난 20년 동안, TV에 나오는 여성 대통령 후보는 예외 없이 힐러리 클린턴을 본따왔다. 이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왼쪽 상단에서 시계 방향으로 “커맨더 인 치프”의 지나 데이비스, “마담 세크리터리”의 테아 레오니, “스캔들”의 벨라미 영, “24”의 체리 존스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가운데). 출처: 같은 순서로 게일 애들러/ ABC, 사라 샤츠/ CBS, 미치 하세스/ ABC, 그렉 게인/ 폭스, 미 국무부(가운데)
TV 드라마 시리즈 ‘걸스 온 더 버스(Girls on the Bus)’는 에이미 초직의 저서 <체이싱 힐러리(Chasing Hillary)>를 토대로 한다. 에이미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2016년 선거 취재를 했고, <체이싱 힐러리>는 당시 선거 유세를 정리한 회고록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힐러리 클린턴를 직접 다루진 않는다. 힐러리로 보일만한 모습은 애써 화면에서 지웠다. 1화(파일럿 에피소드)에는 민주당 유력 후보인 주지사 캐롤라인 베넷(조안나 글리슨)이 등장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이면서 바지 정장(!)을 입기는 하지만, 가명으로 로맨스 소설도 쓰는 인물로 나온다.

힐러리 같지 않은 세부 설정은 힐러리 같지 않은 몰락을 예고한다. 드라마 속에서 에이미 초직의 역할에 해당하는 새디 맥카시(멜리사 베노이스트) 기자는 각고의 노력 끝에 베넷 주지사의 ‘(선거 유세) 버스’에 올라탄다. 그리고 (남편이 아닌) 베넷 후보 자신의 섹스 스캔들로 인해 경선에서 배제될 위기에 놓였음을 알게 된다.

이런 설정은 어리석어 보이는 면도 있지만, 노련한 선택이기도 하다. 힐러리 클린턴인 듯한 인상을 어떻게든 지워야 ‘걸스 온 더 버스’는 진짜 오락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문화적 상상력을 독점해 왔다. 힐러리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마찬가지였다. 수억 명의 미국인들은 미국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온다면 그건 힐러리일 거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작가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현재 맥스(Max)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는 ‘걸스 온 더 버스’는 힐러리가 없는 대선 정국을 다룬 최초의 TV 시리즈 중 하나다. 그럼에도 힐러리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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