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2023/11/15
여사친 둘과 왕십리의 드뷔시 산장 카페로 갔다. 왕십리에 이런 곳이 있는데 니들이 아직도 모르는 게 신기하다, 면서 데리고 갔다. 드뷔시 산장은 한양대와 거의 함께하다시피 한 역사적인(?) 카페다. 이 카페는 천장이 낮고 조명은 어둡고, 인테리어는 따뜻하다. 아지트로 삼기에 좋은 카페다.
산장 카페에는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타로 봐주는 센세가 계시는데, 여사친 한 명은 타로를 봤다. 연애운. 한 명이 연애운을 보는 사이에 나머지 한 명은 고향으로 내려가는 교통편을 타기 위해 타로썰을 듣다가 카페를 떠났다. 첫번째 타로가 끝나고 나도 타로가 보고 싶어서 타로를 봐주시는 분에게 시간이 되냐고 물었다. 타로는 밤 10시까지만 하는데 내 친구가 타로는 보는 동안 시계가 10시를 넘겼기 때문이다. 가능하다하셨고, 타로를 봤다. 연애운.
좋아하는 사람 있으세요?
아뇨.
마음에 두는 사람 없어요?
네.
어떤 걸 보시고 싶으세요?
생기긴 하는지. 앞으로 평생 없을 거 같아서요.
그 다음 대사는 별로 기억이 안난다. 이상형은 떠올려보라면서 카드를 뽑으라했던가? 지금의 마음을 떠올리며 카드를 고르라했던가? 둘 모두가 아니었던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은 드는데, 이 글에서 그런 디테일은 별로 중요치 않다.
내가 뽑은 카드를 뽑아서 펼쳐보이더니 요즘 사는 게 힘드냐고 물었다. 매일 운동하고, 자기관리하고 그러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럼 뭐해 속은 완전 썩어가는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분은 내 정신을 두고 "황폐한데"라고 묘사했다. 황폐라니.
난 타로를 재미로 보는 사람 중 하나고, 타로나 사주가 내 인생을 결정짓는다거나, 이미 결정된 운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