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치 못한 가짜 가죽과 신발의 지옥 3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4/03


길지 않은 시일 내에 합성 피혁과 두 번의 전쟁을 치렀으니 한동안은 잠잠하길 기대했다. 아무리 내가 낡은 물건만 잔뜩 갖고 있다지만 설마 또 삭아버릴 물건이 있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사소한 사고로 또다시 합피 신발과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표현을 사고라고 과장해서 쓰긴 했으나, 그건 사실 사고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옆에서 걸어가던 후배와 걸음이 얽혀 후배의 부츠 뒷굽을 밟았을 뿐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돌아서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릴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밟힌 부츠 밑창이 쩍 벌어져 간신히 걸을 수만 있는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단 한 번도 겪어보거나 들어보지 못한 사태라 도저히 믿기 어려웠지만, 이미 벌어진 것을 어쩌겠는가. 어떤 사고를 당했을 때, 그것이 큰 사고든 작은 사고든 빠르게 받아들이고 원인과 대처 방안을 알아보는 것이 상책이다.

길지 않은 시일 내에 합성 피혁과 두 번의 전쟁을 치렀으니 한동안은 잠잠하길 기대했다. 아무리 내가 낡은 물건만 잔뜩 갖고 있다지만 설마 또 삭아버릴 물건이 있진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왠 걸, 사소한 사고로 또다시 합피 신발과 싸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표현을 사고라고 과장해서 쓰긴 했으나, 그건 사실 사고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옆에서 걸어가던 후배와 걸음이 얽혀 후배의 부츠 뒷굽을 밟았을 뿐이다. 일상 속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돌아서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버릴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밟힌 부츠 밑창이 쩍 벌어져 간신히 걸을 수만 있는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단 한 번도 겪어보거나 들어보지 못한 사태라 도저히 믿기 어려웠지만, 우리는 어떤 사고를 당했을 때, 그것이 큰 사고든 작은 사고든 빠르게 받아들이고 원인과 대처 방안을 알아봐야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부츠는 합성 피혁으로 만든 갑피에 밑창을 접착해서 모양만 낸 경량형 부츠로, 중창 없이 통으로 된 밑창 안쪽은 갈빗대 모양으로...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135
팔로워 23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