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국내 한 대학의 언어학과 수업에서 ‘기호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로 과제를 냈는데, 인공지능을 반드시 활용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노력을 조금도 들이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다면 챗GPT에게 기호가 무엇인지 500자 내외로 에세이를 써달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뻔한 질문에는 뻔한 대답만 한다는 것은 챗GPT를 조금만 써봐도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기호가 없는 세상을 묘사해보라고 하기도 하고, ‘수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수박 그림을 그리도록 시키기도 해보았다고 한다.
필자 또한 이번 여름학기에 리포트 과제를 내면서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어떤 주제로 과제를 출제해야 학생들이 챗GPT에 의존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언어학과 수업에서 힌트를 얻었다.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적지 말고, 수업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모르겠는 내용을 적게 했다. 아는 것(존재)이 아니라 모르는 것(부존재)을 파헤쳐보라는 것이다. 다양한 주제가 나왔고 하나하나 재밌게 읽었다. 다행히 챗GPT에 전적으로 의존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떻게 아느냐고? 글쓰기 연습이 웬만큼 되어있지 않는 한 학생이 쓴 글에서는 맞춤법과 문장 및 문단 구조의 허술함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귀여운 실수들이 보인다면 학생이 직접 쓴 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공지능이 2016년 알파고와 함께 말 그대로 빵 하고 터졌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인공지능은 그 전부터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는 ‘질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조교에게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담업무까지 맡겼는데, 학생들은 조교가 인공지능인지 몇 달 동안 몰랐다고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2011년 퀴즈 쇼 <제퍼디!Jeopardy!>에서 인간 챔피언을 물리치고 우승한 그 왓슨 플랫폼 기반의 인공지능 조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