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동자의 죽음, 어느 CEO의 막말

하성태
하성태 인증된 계정 · 자유로운 pro 글쟁이
2023/08/04
@pexels

10여 년 전이었을까. 노동자의 죽음에 대처하는 대기업의 맨얼굴을 근거리에서 목도한 경험이 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씁쓸해져서는 입맛을 다시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갑작스런 부음이었다. 급작스레 가까워진 영화계 지인의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에 충북 북단에 위치한 소도시로 한걸음에 내달렸다. 이상할 정도로 한가하고 횡 한 빈소. 장례절차가 끝난지 며칠이 흘렀지만 고인을 편안히 모시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하던 그 지인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고인의 마지막은 다소 기이했다. 
   
대형 마트에서 일하고 있던 고인은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불분명한 사인으로 사망했다고 했다. 가족으로선 비통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후 회사 측 대응이 가관이었다. 짐작 하다시피, 마트 직원은 하청의 하청 직원이었고, 본사와 하청업체는 행여나 책임을 물을까 전전긍긍하며 유족과 대면을 피하고 있었다. 특히 본사는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이나 응급 처치 여부 등을 물어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하청 업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대형 마트 노동자들의 처우나 골목상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지 몇 해 되지 않은 때였다. 사측의 그러한 안하무인식 태도에 유족보다 더 분노한 것은 마트 노동자들과 유사 업체의 노조였다. 지인을 포함한 유족들은 나이도 어리고 돌아가는 상황을 단편적으로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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