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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도전, 우주시대
세계 최초 나노급 편대비행 성공한 우리의 큐브위성
2024/09/24
에디터 노트
인공위성이라고 하면 거대한 본체와 첨단 장비가 들어가고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떠올릴 때가 많죠. 하지만 모든 위성이 그런 건 아닙니다. 연구나 실용 두 측면에서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작고 가볍게 만드는 '큐브위성'이 있거든요. 더구나 최근에는 여러 큐브위성을 편대비행을 통해 운용해 다양한 관측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도 지난해 최초의 편대비행 큐브위성인 도요샛을 발사하면서 자체적으로 나노급 위성 편대비행 기술을 확립하고 과학 관측을 시작했습니다. 개발 과정을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이 들려드립니다. 성공 스토리 이면에 숨은, 과학자의 시행착오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큐브위성은 가로, 세로, 높이 10 cm 크기의 규격화된 모듈을 여러 개 사용해 만든 인공위성이다. 여러 면에서 1980년대 초에 등장한 개인용 컴퓨터(PC)를 닮았다. 이전에 비해 크기가 작아졌고, 부품의 개방성과 표준화를 통해 개발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가난한 과학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그림 1). PC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과학적 진보를 기대하게 한다. 물론 큐브위성으로 PC와 같은 혁명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주를 연구하고 싶어 하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림 2).
우주를 연구하는 새로운 길을 열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개발한 큐브위성인 도요샛(SNIPE: Small Scale Magnetospheric and Ionospheric Plasma Experiment)이 2023년 5월 25일 누리호에 실려 발사됐다. 도요샛은 가람, 나래, 다솔, 라온으로 명명된 위성 4기로 구성됐으며 고도 550 km에서 우주날씨를 관측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림 3). 아쉽게도 3호기 다솔은 사출에 실패했고 1호기 가람은 전력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아직까지 2호기 나래와 4호기 라온은 정상 작동 중이다. 각 위성의 무게는 10 kg으로 나노급 위성에 해당하며, 가로 10 cm, 세로 20 cm, 높이 30 cm인 6U 큐브위성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많은 위성을 발사했지만, 인공위성은 아직까지 과학자들에게 값비싼 장비다. 무게가 100 kg 정도 되는 마이크로급 위성의 경우 2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것도 아주 저렴한 위성이고 우수한 과학관측 장비를 탑재한 해외 위성은 수천억 원의 개발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거대한 우주 프로젝트에선 개별 과학자의 소수 의견이 묵살되기 일쑤다. 예를 들면, 필자는 100 keV(킬로전자볼트. 에너지의 단위로, 1 eV는 전자 하나가 1볼트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갈 때 드는 일이다. 1 keV는 1000 eV다.) 에너지 이하의 전자 플럭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의 관심 영역은 다를 수 있다. 모든 과학자의 관심을 최적화하다 보면, 오히려 대형 미션에서 중요한 관측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최근 우주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흐름은 단일 위성보다는 여러 위성을 활용한 위성군으로 옮아가고 있다. 우주 플라스마를 연구하는 과학자는 맹인이 코끼리를 만지는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 지구 주변만 해도 위도, 경도, 고도, 시간에 따라 플라스마 구조가 변화무상하게 변한다. 그러니 특정한 지역의 플라스마 밀도가 증가하는 모습을 관측했다 해도 이것이 얼마나 큰 스케일의 변화인지 단일 위성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
위성이 여러 개면 그나마 플라스마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근지구 우주환경을 관측하는 대표적 위성인 클러스터(Cluster, 4기), 테미스(Themis, 4기), VAP(2기), 스웜(Swarm, 3기), MMS(4기)가 여러 위성으로 구성된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비용이다. 이 정도 숫자가 충분하다고 할 수도 없는데 그렇지 않아도 비싼 위성을 서너 개 더 만들려면 비용도 몇 배가 뛰게 된다.
작지만 높은 꿈을 꾸는 위성, 도요샛
한국에서 우주날씨를 연구하겠다고 수천억 원의 연구비를 요구하는 것은 무모하지만, 큐브위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이 때 기존(레거시) 위성에서 필요로 하는 구성품이 빠져서는 안 된다. 위성은 위성본체, 탑재체, 지상국, 임무운용센터, 발사 서비스를 포함해야 한다.
도요샛에는 그 동안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연구해 온 입자검출기, 랭뮤어 탐침(플라스마 관측기), 자기장 측정기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마이크로 스케일의 우주 플라스마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위성본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고, 지상국과 임무운용센터는 천문연에 마련했다. 문제는 발사 서비스였다. 원래 도요샛은 러시아의 소유스 발사체를 이용해 발사하기로 계약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만 해도 전쟁이 금세 끝나리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큐브위성이 전략 물자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러시아로 운송할 수 없다는 사실도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작은 위성 프로젝트에도 국제 정세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이 새삼스럽다.
결국, 도요샛은 러시아 소유스 대신 국산 발사체인 누리호로 발사하기로 변경됐는데, 이것이 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국내 발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이점이 많았다. 우선 운송 거리가 짧아지면서 혹시 모를 충격에 의해 위성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복잡한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운송에 드는 노력과 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언어 소통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과 익숙한 발사장에서 최종 위성 점검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림 4, 5).
사실, 큐브위성 개발은 레거시 위성을 개발하는 것보다 재미있다. 기존 위성체계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경직된 절차에 따라 개발된다. 하지만 큐브위성은 유연한 과정을 통해 개발된다. 검증되지 않은 부품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검증과 실험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흥미를 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보니 위성 개발은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천문연, 항우연, 연세대가 한 팀이 돼 나름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했다. 다만, 개발 기간 중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해 일정이 지연됐다. 원래대로라면 5년 안에 마무리하는 게 목표였지만, 사업이 약 2년 지연됐다 (그림 6).
편대비행으로 우주 플라스마 시공간 변화 관측
큐브위성 1기로 우주환경을 관측한 사례는 이미 해외에서도 여럿 있으니, 연구팀은 위성 4기를 동시에 발사하기로 했다. 각 위성에는 냉가스 추력기를 장착해 궤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위성 간의 거리와 형태를 변형하는 위성편대비행을 처음으로 시도해 보자는 의도였다. 아마 큐브위성 수준에서는 세계 최초가 아닌가 싶다.
도요샛이 처음 발사체에서 분리된 뒤에는 기능 점검시험 등 여러 시험을 해야 한다. 따라서 추력기를 이용한 궤도 제어를 바로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위성은 초기 속도 차이에 의해 거리가 서로 점점 멀어지게 되는데, 한 달이면 대략 수천 km 거리로 벌어진다.
첫 번째 목표는 이렇게 멀어진 거리의 위성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위성을 통해 우주 환경의 다양한 시간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다음 목표는 이렇게 모은 위성을 동서 방향으로 전개하는 것이었다. 이런 기동을 통해 우주 플라스마의 공간적 규모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위성 간 거리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편대비행은 어렵지만, 대략적으로만 위치를 변화시켜도 좋은 관측 자료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편대비행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솔직히 도요샛으로 편대비행을 하는 게 이렇게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추력기를 분사하니 위성이 빙그르 돌았다. 위성이 가벼우니 작은 추력으로도 중심을 잃고 회전하는 것이다 (그림 7).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연료통의 온도가 예상보다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것도 우여곡절 끝에 해결하고 나니 밸브를 열 때의 순간 전류에 의해 추력기 전원이 꺼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것 역시 해결하고 이제 추력을 제대로 분사하나 싶었으나 이번에는 위성이 위-아래는 잘 구별하지만 왼쪽-오른쪽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위성에게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는 법을 알려주고 나니 시간은 벌써 발사 1주년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1초에 5.5 m의 속도로 멀어지던 2호기 나래와 4호기 라온의 상대 속도는 0이 됐고, 위성 간 거리를 천천히 좁히면서 우주날씨를 관측할 수 있었다 (그림 8).
20년만의 거대 우주폭풍
편대비행 성공 직후 뜻하지 않은 행운도 찾아왔다. 20년만의 역대급 우주폭풍이 발생했다. 태양 흑점에서 분출한 태양 물질이 지구에 도달하면서 지구 자기장을 온통 흔들어 놨다. 우주날씨를 관측하는 임무를 띠고 발사한 도요샛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였다. 2호기와 4호기 두 위성의 간격은 약 15분, 덕분에 지구 자기권 입자가 폭풍 기간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저궤도에서 두 위성이 근접 비행을 하면서 입자 환경을 관측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귀중한 자료였다. 편대비행을 수행하느라 많은 관측 임무를 수행할 수 없었지만, 이 한 번의 관측으로 충분한 보상이 됐다 (그림 9).
과학자에게 큐브위성이란
과학자에게 큐브위성은 우주라는 자유를 향해 난 문이라고 생각한다. 적은 비용으로도 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과,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도요샛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편대비행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우주날씨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적 성취를 넘어,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편대비행하는 군집위성을 이용해 우주 통신이나 환경 감시, 자연재해 분석을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점도 많다. 큐브위성을 우주에서 운용한 기간이 짧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요소가 많다. 도요샛이 편대비행을 위해 그렇게 많은 고생을 한 것도 불완전한 시스템 때문이었다. 아직 위성에 익숙하지 않은 과학자에게도 진입장벽이 높다. 전문 엔지니어를 갖춘 기업에서 과학자에게 위성 서비스를 해 주면 좋겠지만, 아직 한국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는다. 가까운 미래에 큐브위성이 열정 있는 과학자와 우주를 연결해 주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글 이재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시리즈 기획 임효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시리즈 기획 임효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편집 윤신영 alookso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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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위성을 PC에 비교하니 이해가 아주 쉽게 됩니다. 우주를 연구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큐브위성에 대해 알게 되어 기쁩니다.
큐브위성을 PC에 비교하니 이해가 아주 쉽게 됩니다. 우주를 연구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큐브위성에 대해 알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