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와 임꺽정, 의적 이야기가 달리 보이는 이유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0/29
의적이란 말이 있다. 도둑을 뜻하는 적(賊)이란 글자 앞에 의롭다는 의(義)를 붙여 의적이라 일컫는다. 남의 것을 빼앗아 훔치는데 어떻게 의로울 수 있을까. 의적의 탄생 앞에 반드시 전제조건이 필요한 이유다. 의적은 부조리한 세상에서 태어난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잘 사는 이의 것을 빼앗아 없이 사는 이들과 나누는 자, 세상은 그를 가리켜 의적이라 칭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 의적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때로는 역사적 인물이고, 또 때로는 전설 속 인물이기도 한 의적의 이야기가 문화며 국경을 넘어 민중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아 여러 의적 이야기가 민담이며 구전동화로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작가들은 이 같은 의적 이야기가 그저 묻혀 사라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때로 어떤 인물은 시대의 장벽을 뛰어넘어 현재의 독자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 <닥터 후> 뉴 시즌 8 에피소드 3 포스터 ⓒ BBC

시간여행자, 가장 유명한 의적과 만나다

<닥터 후> 뉴 시즌 8, 에피소드 3는 의적의 이야기다. 그것도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의적의 본고장으로 닥터(피터 카팔디 분)와 그의 컴패니언 클라라(제나 콜먼 분)가 우주선 타디스를 몰아간다. 그곳은 다름 아닌 12세기 영국 셔우드 숲, 의적 로빈 후드가 사는 곳이다.

그들이 셔우드를 선택한 건 우연이 아니다. 너무 많은 곳을 오간 탓에 더는 가고픈 곳이 없어진 닥터다. 닥터는 클라라에게 갈 곳을 정해보라 권하고 클라라가 꼽은 곳이 바로 로빈 후드의 고장인 것이다. 그녀가 늘 로빈 후드를 만나고 싶었다고 하자, 닥터는 난색을 표한다. 그도 그럴 것이 로빈 후드는 역사적 인물이라기 보단 전설 속 영웅인 때문이다.

로빈 후드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져오지만, 역사라고 볼 수 있는 기록은 일천하다. 어떤 이야기는 그가 귀족 출신이라고 말하지만, 또 어떤 이야기는 소작농 출신이라거나 도망자 출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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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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