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팀 인수, 풀뿌리인가, 자본놀이인가?
2023/04/11
영국엔 축구팀이 많다. 매우 많다. 권역별, 동네별(?) 리그까지 포함해 리그만 12단계쯤 된다고 하고(K리그1 참가팀이 12팀이다), 각 리그마다 한 지역의 팀들이 참가하고 있다. 당연히 그레이트맨체스터 주에도 팀이 아주 많은데, 그 수많은 팀 중 네 팀을 둘러싼 이야기가 재밌다.
먼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 유명한 맨유. 1878년에 창단했다. 지역 철도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에 축구하다가 만들었단다. 알려진 것처럼 맨체스터 지역은 워낙 오래된 산업도시이니. 맨유 유니폼 색상이 붉은색인 이유를 찾아본 적은 없지만, 이런 태생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뇌피셜. 하여튼 그렇게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맨유는 이리저리 구단주가 바뀌어오다가 흐르고 흘러 2005년에 미국 기업인 가문에 인수된다. 글레이저 가문. 그 직전에는 영국의 말 사업가가 소유하고 있었다. 지역 말 사업가에서 미국의 재벌에게 인수된 셈이다.
한편 맨체스터시티. 맨유 창단 직후인 1880년에 창단된 팀인데, 지역 교회에서 현지인들의 교화 및 선교를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영국 최초의 축구클럽들이 창단된 경로를 보면 대충 이런 식이다. 노동자들이 모여 만들었거나, 교회에서 만들었거나. 맨시티도 그 이후로 이리저리 구단주가 바뀌어왔다. 비교적 최근까지 지역 사업가나 적십자 출신 행정가, 선수 출신이 클럽을 소유하고 있다가, 2007년에 태국 총리였던 탁신이 인수했고, 2008년 9월에 UAE의 부총리이자 세계구급 거부인 만수르가 인수했다. 맨유와 비슷한 경로이자 오늘날 축구'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택 가능한 것 같은 경로.
맨유가 글레이저 가문에 팔린 2005년, 맨유의 어떤 열성팬들은 그 결정에 반대한 모양이다. "우리 팀"이 미국 장사치에게 팔리다니! 축구가 자본에 오염된 것이다!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열성팬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직접 팀을 ...
미디어스,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했고, 연재한 칼럼을 묶어 『지금은 없는 시민』(한겨레출판)을 냈다. 진보적 담론 확산과 건강한 토론문화 구축을 목표로 하는 '토론의 즐거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민의 문제에 대해 주로 쓴다.
영국 축구팀들의 역사와 그들이 처한 딜레마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참 재밌었습니다. 맨유의 팬들이 "우리 팀"이 미국 장사치에게 팔린 것에 분노하여,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유맨)를 만들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특히 "클래스 오브 92가 솔퍼드시티FC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공감했습니다. 한국의 배우 김수로님의 활동도 기대됩니다.
언더독이나 축구 정신이 살아있는 팀들에게 더 큰 응원의 기운을 보내제 되죠. 축구란 이런 불완전함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포츠입니다. 앞으로도 자본력과 축구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언더독의 상승과 풀뿌리 축구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이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