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일기] 쉬는 날 없이 일한다는 것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4/05/03
5월 1일 근로자의 날, 당신은 8시간을 일해야 한다면 기쁘겠습니까?
   
4월 30일 화요일, 여느 때처럼 별이 잠에 들고 해가 뜨기 전인 5시에 일어나 8시까지 아침 일을 하고 퇴근한다. 9시 반에 출근하여 13시까지 점심 일을 하고 퇴근한다. 잠깐의 오침 후 15시에 출근하여 19시까지 저녁 일을 한다. 언제 호출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악어 떼가 있는 강가에서 물을 마시는 누우)을 가지며 점심과 저녁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9시간 반에서 10시간 정도 일한다. 달력을 보니 아직 화요일밖에 되지 않았다. 저녁에 설거지하며 내일도 5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두려움이 아직 퇴근 전인데도 나를 휘감았다. 
수저를 씻는 중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니 휴무라고 한다. 물론 매일 밥을 준비해야 하는 조리부에 주말이나 휴일은 없다. 다만, 이날은 아침을 하지 않아도 된다. 9시에 출근 하여 8시간만 일하면 된다. 아, 내일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다니 존나 기쁘다. (기쁜 정도를 짧은 비유로 나타내고 싶어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존나 라는 비속어보다 더 나은 비유를 찾을 수 없어 부득이하게 사용하게 된 점 양해 바랍니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은 주말을 반납하고 쉬는 날 없이 일해 봤을거다. 나 또한 천안에서 회사DP 다닐 때, 일본에서 골든위크에 한 번 주말 없이 일해봤는데 삶이 흑색으로 보일 정도로 처절했다. 
   
배를 타기 전 조리부는 쉬는 날이 없다는 걸 익히 들었는데 설마 진짜 쉬는 날이 없겠어? 하고 들어왔다. 근데 진짜 쉬는 날이 없다. 진짜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다. 첫 항차는 기관장이 아침밥을 안 먹으면 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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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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