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속의 문제

동네청년 · 망원동에 기거하는 동네청년입니다.
2024/01/16

오스트레일리아의 억만장자 팀 거너는 올해 9월 열린 한 경제포럼에서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실업률에 대해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최근 실업률의 증가로 인해) 고용시장의 거만함이 꺾이기 시작했고, 그 추세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코로나경제를 기점으로 직원들은 일을 하기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 많이 받고 적게 일하고 싶어하는 소상공인들때문에 생산성이 저하되었습니다. (...) 실업률은 계속 증가해야 합니다. 40-50% 증가해야 합니다. (...) 언젠가부터 고용주가 자기 직원들에게 감사해야하는 태도가 당연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은 어디까지나 고용주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고, 그 반대가 아님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려면 경제적인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나라의 자산가들과 경영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동산타이쿤이 한 소신발언은 급속도로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졌고 놀랍지 않게도 다수대중의 분개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거너는 발언시점 이후 24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의 대답은 왜 문제가 됐을까? 첫째로, 실업률의 증가와 물가상승에 가장 강한 타격을 받는 계층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 말을 한 사람이 경제의 고통을 직접 느끼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민주당 의원 오카시오-코테스는 CEO 대비 종업원의 평균연봉격차가 그 어느때보다 크게 기록된 것을 꼬집었고 영국노동당 의원 제롬 랙설은 거너의 발언이 2023년 경영인보다는 만화 속 악당이 할법한 말이라고 비웃었다.

또 다른 의문은 "그의 대답이 왜 이제서야 문제가 됐을까?"이다. 기업의 존재조건은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내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에 있어서도 직원에게 주는 돈보다 더 많은 결과를 뽑아내야 한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용을 뽑아내겠다는 목적의식은 주식회사와 근대시장경제가 시작된 시점인 16세기 이래로 변한적이 없으며, 미디어에 급속도로 퍼져 밈이 되어버린 억만장자가 아니더라도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이들은 평소에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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