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 3 : 비극으로 인해 일상을 상실한 가족의 이야기

조영준
조영준 인증된 계정 ·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2/12/27
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네이버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스틸컷

[넘버링 무비 3]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비극으로 인해 일상을 상실한 가족의 이야기.

01.
서로 닿을 수 없을 만큼 가로로 긴 식탁에서 한 부모가 식사를 하고 있다. 식탁의 양 끝 쪽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고 대화도 한 마디 나누지 않는다. 그저 식사를 할 뿐. 그마저도 엄마는 제대로 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머리 위로 검정색 그림자가 등장하여 다툼을 벌인다. 서로를 향해 큰 고함을 지르는 것 같은 모습도 등장한다. 부부 두 사람 각자의 감정이 이입된 모양새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빠는 혼자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집의 외벽에는 파란색 페인트가 묻어 있다. 슬픈 미소를 짓는다. 그를 따라 나온 그림자 하나가 외벽을 안쓰럽게 쓰다듬는다. 조금 전 식탁에서 다투던 검정색 그림자 중 하나다. 집안에 남은 엄마는 2층의 방으로 올라간다. 아니, 들어가지 못하고 손잡이만 만지작거리다 슬픈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문을 닫는다.

단편 애니메이션 <혹시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은 끔찍한 비극으로 인해 일상을 상실하게 된 가족의 모습을 조명하는 작품이다. 다만 영화의 시작 지점에서는 이 가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작품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실마리가 될 법한 단서들을 하나씩 꺼내 가며 전체의 조각을 맞춰나간다. 작품에서 처음 받는 느낌은 단순하고 미니멀하다는 것이다. 펜 선으로 이루어진 장면들은 익숙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약간의 이질감이 있다면 어딘가 모르게 단호한 어조가 전달되고 있다는 것. 예쁘고 매끄러운 장면과 마음을 몽글거리게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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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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