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1) - 처음 눈으로 본 사회의 실체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2/12/03
  개미를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개미들이 집단을 이루어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가끔 먹을 걸 들고 있다가 개미들을 만나는 경우에는, 조그만 조각을 떼어 개미들이 돌아다니는 길옆에 두고 움직임을 살핀다. 처음엔 한두마리로 시작했던 개미들의 움직임은, 이내 먹이를 먹고 나르는 집단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며 그들이 이룬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개체 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은 개체를 개체 이상으로 만들어 주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게 분명하다. 저 작은 개미들이 저렇게 굉장한 사회를 이루며 성공적으로 자연의 한 자리를 차지한 걸 보면 말이다.

  같은 종류의 질문이었을까. 늘 사람이 일군 사회가 궁금했다. 사람들의 작고 작은 상호작용들이 모여 유기적으로 동작하는 세상을 보며, 마치 개미 사회를 볼 때와도 같은 신비로움을 느꼈다. 그 규모도 실체도 분명하게 정의할 수 없었지만, 사회라는 것은 분명 나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실체가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때로는 나를 위로 올려붙이고, 때로는 나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보이지 않는 파도와도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고, 그 파도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소셜네트워크. 사람 사는 세상이 궁금해 연구를 시작했던 나에게 소셜네트워크는 처음으로 눈에 보인 사회의 실체였다. 사람(점)과 사람(점)이 상호작용(선)으로 연결된, 그리고 그것들이 무수히 많이 모여 하나의 구조를 이룬 모습은 사회가 지닌 유기성의 실체를 보여주는 듯했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파도처럼 느껴졌던 사회라는 것의 실체는 어쩌면 이런 구조 속에서 느낀 오름과 내림, 뭉침과 흩어짐과 같은 것들이 아니었을까. 네트워크 구조가 아름답고 신비로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졌던 이유였다.

 
(왼쪽부터) 연구자 협업 네트워크, Facebook 소셜 네트워크, 위키피디아 페이지 네트워크 [데이터 출처: Sta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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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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