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라인란트 · 아무말을 합니다
2023/12/08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선언한 정의당 이정미 지도부 (출처: 뉴스1)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의당 권수정 후보의 지역구 득표율은 1.83%였다. 물론 지역구 선거는 비례대표 선거에 비해 소수정당에 투표할 동인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중 여론조사가 진교훈 민주당 후보의 낙승을 점쳤던 만큼 '전략적 투표' 압력이 상대적으로 덜했고, 권수정 후보는 비례대표 서울시의원을 지내며 이미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바 있었음을 고려하면 심각한 부진이다. 이 선거의 패배 이후 정의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 '선거연합정당'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신통찮아 보인다.

한편으로 민주당 지지자들과 정의당 지지자들의 사이는 이미 더 벌어질 데도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민주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의당 지지자들은 정의당 몰락의 시발점을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선을 긋지 못한 데서 찾는다. 반대로 정의당에 우호적이지 않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21대 총선 이후 정의당이 민주당과 각을 세우면서 '피아식별'을 못한 데 탓을 돌린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관계는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리고 정의당의 오늘날 부진의 원인은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I. '야권연대'의 출발

  더불어민주당은 빈말로라도 사회주의를 지향한 적이 없으며 노동자 정당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구의 진보정당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하지만 우리가 대한민국 유권자를 상대로 의회민주주의에서 표를 얻겠다는 스탠스인 한, 2023년 현재 민주당이 대한민국에서 (상대적) '진보'를 대표하는 세력인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사람들은 정의당에 '민주당보다 선명한 진보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원한다.

  민주노동당이 처음 원내에 진출한 참여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범여권'으로 묶는 이는 별로 없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은 참여정부가 스스로를 '진보'로 자칭하는 데 대해 대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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