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부산국제영화제만 있는 게 아니다

이현파
이현파 인증된 계정 · 유튜브 왓더뮤직, 칼럼니스트
2023/10/11
2023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밴드 피닉스(Phoenix) (출처 :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지난 10월 7~8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아래 부산락페)'이 열렸다. 첫날인 7일의 헤드라이너(간판 공연자)를 맡은 밴드는 프랑스 출신의 베테랑 밴드 피닉스(Phoenix)였다.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얼터너티브 앨범상을 받은 밴드의 명성에 걸맞게, 피닉스의 공연은 완벽했다.

첫 곡 'Lisztomania'의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관객의 마음을 들뜨게 하더니, 이어지는 'Entertainment'의 웅장함이 분위기를 장악했다. 특유의 우아한 신스팝을 충실히 구현한 라이브는 물론, 드럼 세션의 가세를 통해 록킹한 에너지를 추가했다.

보컬 토마스 마스는 흔들리지 않는 미성의 보컬로 귀를 즐겁게 했다. 곡의 흐름에 맞춰 정교하게 움직이는 비디오 아트 역시 관객을 열광시켰다. 프랑스 파리 출신이라는 배경을 한껏 살려 루브르 박물관과 베르사유 궁전을 연상시키는 영상이 등장하기도 했고, 조명과 색의 다채로운 활용 역시 공연의 입체성을 높였다. 토마스 마스의 무대매너도 뜨거웠다. 공연 말미에는 관객들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크라우드 서핑(Crowd Surfing)'을 선보였다.

지난해 피닉스가 발표한 앨범 < Alpha Zulu >의 수록곡을 아는 관객은 많지 않아 보였지만, 음악의 숙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관객들은 열정적인 춤과 슬램, 스캥킹으로 공연에 화답했다. '팬데믹 이후의 관객은 예전만큼 해외 밴드에게 열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분명 최근 록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 중에는 해외 뮤지션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공연이라면 누구든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9년 전에도 피닉스를 보았지만, 멤버 전원이 50대에 가까워진 지금의 공연이 더 인상적이었다. 세월에 맞서 자신의 호시절을 ...
이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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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생. 대중음악 유튜브 채널 왓더뮤직을 운영합니다. 음악과 페스티벌, 맥주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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