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첫날 ‘통곡 민원’… 갑자기 드러난 중원이의 비밀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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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교무실 문은 기분 나쁜 쇳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70세는 훌쩍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구부정한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바닥을 보며 들어왔다.

“여기 중원이(가명) 담임 선생님 계십니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과 달리 목소리는 쩌렁쩌렁 컸다. 교실 4개를 합친 크기의 교무실에 있던 교사 약 70명의 눈길이 일제히 할머니에게 쏠렸다. 할머니는 구원을 바라는 눈빛으로 다시 한 번 외쳤다.
다급하게 교무실로 들어온 노인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셜록
“우리 중원이 담임 선생님 없스예?”

마음씨 좋은 A 교사가 나섰다.

“할머니, 우리 학교에는 학년별로 6개 학과, 19개 학반이 있어요. 중원이는 몇 학년, 무슨 과인가요?”
“그런 거 몰라예! 그냥 우리 중원이 담임 선생님 보러 왔스예.
지한구 선생님 안 계십니꺼?”

설마 나를 찾아왔을 줄이야. 나는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머니는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이고, 선생님!” 하며 성큼성큼 다가와 나를 끌어안았다. 할머니의 몸에서는 1980년대 시골 옷장에 있던 나프탈렌 냄새가 났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우리 중원이, 중원이 좀 살려주시소!”

3월 2일, 새 학년 신학기를 맞이한 교무실에 할머니의 흐느낌이 퍼졌다. 공업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 담임을 맡은 나는 아직 아이들 명단과 얼굴을 다 익히지 못한 상태였다. 머릿속으로 ‘중원이가 누구더라’ 하고 아이 얼굴을 떠올리며, 내 품에 안긴 할머니의 흐느낌이 멈추길 기다렸다.

무슨 민원으로 학교에 오셨는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다시 서러운 울음을 터트리며 가슴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것은 앞으로 내가 가르칠 중원이의 비밀이기도 했다.
중원이는 어린 시절부터 비좁은 트럭 조수석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야 했다 ⓒpixabay
할머니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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