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최고의 약이자 모든 독의 원인이다

김형찬
2024/04/15
“원장님~ 술약이 다 떨어졌네요.”
   
전날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것 같은 표정으로 들어오는 환자는 오래된 단골 환자다. 내원할 때마다 상태에 맞게 치료를 하지만, 몸이 힘든 일차적인 이유는 잦은 음주와 과음이다. 그런데도 검진 결과는 늘 가벼운 위염 외에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서, 병원에서도 신기해 한다고 한다. 
   
“몸이 버티고 버티다 어느 순간 무너지는 날이 오면 그때는 아무리 좋은 약도 소용이 없어요. 처방해드리는 약은 정말 고육지책입니다. 좋은 유전자를 타고 나셨어도 그것만 믿으시면 안 돼요.”
   
Pixabay로부터 입수된 Michal Jarmoluk님의 이미지

잔소리를 늘어 놓으며 치료를 한다. 맥의 흐름과 어깨 근육을 살피다 보니 이 환자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업무상 일이 있어서 마시고, 일이 없어도 술을 마신다는 말이 조금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누구에게나 한가지쯤 숨을 쉴 수 있는 구멍이 있어야 하는데, 이 환자에게는 술이 해방구인 셈이다. 
   
진료를 마치고 해장을 한 듯 개운하다고 하면서, 이 환자 해맑은 표정을 한마디 한다. 
   
“언제 원장님하고 꼭 한잔 하고 싶어요.”
   
스스로 술이 문제라고 하는 환자는 별로 없다. 하지만 상담을 하다보면 술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은 꽤 있다. MZ세대에서는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놀이문화와 음주문화가 결합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성인, 특히 남자들의 경우 술을 잘 마시는 것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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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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