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고통을 직시하는 슬픔과 기쁨

제비 · 대안을 찾고 싶은 인간
2023/06/21
 동료 교사가 내게서 책 한 권을 빌려 갔다. 보선 작가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다. 그 책에는 내가 비건을 결심하기 위해 필요했던 모든 정보들이 들어있다. 비거니즘의 정의부터 농장동물들이 받는 대우, 비거니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담담하게 만화의 형식을 빌려 표현되어 있다. 한 페이지에 많아야 3컷이 들어가 있어 눈이 편안하지만, 두께가 꽤 되는만큼 내용이 적지는 않다. 그 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동료는 빌려간 책을 주말 동안 완독했다며, 바로 후기를 말해주었다.
만화의 일부 장면. 출처: 보선, <나의 비거니즘 만화>

“저 두 번이나 읽었어요. 처음 알게되는 내용이 정말 많았어요.”

“어떤 내용이요?”

“특히… 우유요. 저는 젖소라는 품종이 있는 줄 알았어요. 젖소는 항상 젖이 나오는 줄만 알았거든요. 농장에서 농부가 쭉쭉 짜서…….”

“맞아요. 생각해보면 젖이 나오려면 임신을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저도 그걸 처음 알았을 때 정말 분노했어요.”

“다들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산다는 게 반복해서 나오니까 읽다보면 무감각해지는 지경에 이르러요.”

“공감해요.”

“저 그래서 일 주일에 한 번씩은 무조건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와, 좋네요.”

“그런데 책에 보면 어류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없는데 혹시 관련된 책이나 자료 알고 계세요?”

“음… 다큐멘터리 중에 ‘시스피라시’가 어류를 다뤄요. 어류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그런데…….”

“네? 왜요?”

“그……이런 걸 알면 슬퍼져요.”

아끼는 동료가 내가 느끼는 것과 같은 슬픔과 무력감을 함께 겪는다니, 한편으로는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브레이크를 걸기도 전에 동료는 그것을 이미 경험한 듯했다.
“네, 가족들이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이 음식의 숨겨진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말하는 게 맞는데, 말할 용기는 안 나고 좀 무력감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무력해지지 않아야죠.”

내게 ‘슬픔’이라는 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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