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책 읽기] 우주 여행도 직업이 되면
2022/09/21
By 심채경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애니메이션 〈이누야샤〉 속 가영이는 이렇게 외치면서 하늘로 솟아오른다. 진정한 행복을 찾아 머나먼 여행을 떠나려는 것 같다. 작품 속 전후 사정을 떼어놓고 그저 성우가 청량한 목소리로 힘차게 외치는 대사만 듣노라면 번민으로 가득 찬 지구에서 가영이와 함께 탈출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여간해서는 풀리지 않을 괴로움이나 진창 같은 현실의 무게추가 달린 닻줄 따위는 단칼에 잘라 버리고 말이다. 하지만 가영이가 잘 모르는 것이 있다. 지구 밖으로 나가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품이 든다는 것. 애니메이션 속 히로인이라면 다르겠지만 만화 밖 인간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과정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이하 『오늘』)는 지구 탈출도 직업이 되면 월요병을 유발한다는 깨달음을 유쾌하게 던져 주는 코미디 만화다. 작가 마리옹 몽테뉴는 책 속에서 유럽의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로 분해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부터 지구를 떠나는 일, 우주 공간에서의 임무, 그리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온 뒤의 이야기까지를 그려 낸다. 만화 속 이야기가 유독 실감나는 것은, 시종일관 웃기려고 작정한 듯한 필치로 현실을 풍자하면서도 아주 세밀한 내용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즐겁고 싶은 사람은 웃으면서 팔락팔락 책장을 넘길 수 있고,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다큐멘터리 보듯 한 컷 한 컷 집중하느라 한참 만에 가까스로 한 장을 겨우 넘길 책이다.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우주를 동경하며 자란 토마스가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비행사 모집 공고에 지원해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관문은 일명 ‘정신공학’과 ‘정신의학’ 측정 시험이다. 우주 환경에서 만약 극한의 정신 상태를 겪더라도 잘 이겨낼 사람, 그리고 우주에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용감하고 저돌적이고 영웅 기질이 있으면서도 참을성이 있고 기꺼이 통제에 응할 사람 등 도저히 지구상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다음에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지원자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느라 며칠이나 소요되는 신체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수천 명의 지원자가 여남은 명의 최종 후보로 압축되는 과정이 지나가고 나면, 더 이상 우열을 가르기 힘든 후보들을 두고 이번에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최종 우주인을 선발한다. 특히 수많은 국가가 하나의 연합을 형성하고 있는 유럽이라면 우주인의 국적에 대한 ESA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오늘, 우주로 출근합니다』(이하 『오늘』)는 지구 탈출도 직업이 되면 월요병을 유발한다는 깨달음을 유쾌하게 던져 주는 코미디 만화다. 작가 마리옹 몽테뉴는 책 속에서 유럽의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로 분해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부터 지구를 떠나는 일, 우주 공간에서의 임무, 그리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온 뒤의 이야기까지를 그려 낸다. 만화 속 이야기가 유독 실감나는 것은, 시종일관 웃기려고 작정한 듯한 필치로 현실을 풍자하면서도 아주 세밀한 내용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즐겁고 싶은 사람은 웃으면서 팔락팔락 책장을 넘길 수 있고,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다큐멘터리 보듯 한 컷 한 컷 집중하느라 한참 만에 가까스로 한 장을 겨우 넘길 책이다.
이야기는 어릴 때부터 우주를 동경하며 자란 토마스가 유럽우주국(ESA)의 우주비행사 모집 공고에 지원해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관문은 일명 ‘정신공학’과 ‘정신의학’ 측정 시험이다. 우주 환경에서 만약 극한의 정신 상태를 겪더라도 잘 이겨낼 사람, 그리고 우주에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용감하고 저돌적이고 영웅 기질이 있으면서도 참을성이 있고 기꺼이 통제에 응할 사람 등 도저히 지구상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을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다음에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지원자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샅샅이 훑느라 며칠이나 소요되는 신체검사가 기다리고 있다. 수천 명의 지원자가 여남은 명의 최종 후보로 압축되는 과정이 지나가고 나면, 더 이상 우열을 가르기 힘든 후보들을 두고 이번에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최종 우주인을 선발한다. 특히 수많은 국가가 하나의 연합을 형성하고 있는 유럽이라면 우주인의 국적에 대한 ESA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우주인으로서의 훈련 과정이나 우주에서의 생활을 다루는 책은 드물지 않다. 주로 우주비행사를 많이 배출한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생생한 우주 경험담이 책으로 나왔고, ESA의 우주비행사 팀 피크가 쓴 『우주에서의 삶』이나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톰 존스의 『우주에서 살기, 일하기, 생존하기』와 같은 책은 우리 글로 번역되었다.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책들이 한때 번역되었으나 절판되었다.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런저런 도서관을 헤맨 뒤에야 겨우 빌려볼 수 있는가를 떠나, 이런 종류의 책은 대개 어린이나 청소년을 주 독자층으로 상정하며, 주제에 따라 분류된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병렬하여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우주인과의 질의응답 수십 개로부터 깊이 있는 지식을 배우거나 유인 우주 사업 전반에 대한 통찰을 얻기는 어렵다.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우주에서의 생활은 한편으로 신기하고 한편으로 대단히 복잡한 것이며, 우주인은 그 모든 것을 거뜬히 해내는 사람이라는 막연한 인상을 얻는 데 그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우주인 생활의 스냅 사진으로부터 오늘도 지구상의 어린이 하나가 우주비행사의 꿈을 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꿈의 씨앗을 뿌리는 것만큼이나 그 꿈을 이해하고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과학 저술가 메리 로치는 『우주 다큐』에서 조금 다른 변주를 시도했다. 우선 일본의 우주인 선발 시험에서는 응시자들 중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임무도 잘 수용하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 종이학을 천 마리 접게 했다는 것이나 우주에서의 배변 활동에 있어 정조준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와 같은 전 연령용 이야기를 충실히 담았다. 여기에 더해, 무중력 상태에서의 섹스와 같은 성인용 콘텐츠와 몇 주씩이나 씻지 않고 버텨야 하는 상황에 대한 너무 자세한 묘사 등 어린이용 도서에서는 지양할 만한 내용을 가미했다. 메리 로치의 과학책은 주로 다큐멘터리와 코미디의 앙상블이고, 『우주 다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우주비행에 대한 몇 가지 호기심을 제시하고 풀어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우주인 질의응답 시리즈의 범주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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