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아내와 살면 '젖은 낙엽' 된답니다

실배
실배 · 매일 글쓰는 사람입니다.
2022/11/14
단체 카톡방에 '은퇴 후 삶 자가진단표'라는 설문 하나가 공유되었다. 마치 잔잔한 물가에 누가 커다란 돌을 던진 것처럼 파장은 상상이었다. 지인들의 시끌시끌한 반응을 뒤로 하고 나도 슬며시 해보았다.

'회사에서는 친절하지만 집에선 소파와 한 몸', '홧김에 "그럼 나가서 돈 벌어오든가" 말해봤다', '주말 삼시세끼는 아내표 집밥이면 좋겠다' 등등의 문항 10개가 있었다(검색하면 나옵니다). 3개 이하는 꽃길 은퇴, 4~7개는 황혼이혼 예비군, 8개 이상은 황혼 이혼 대상이었다.  

내 결과는 '황혼이혼 예비군'이었다. 꽃길 은퇴를 예상했건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가부장적인 문항은 잘 넘어갔으나 몇 가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특히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아내 말에 불끈했다'라는 문항은 뜨끔했다.  

퇴직 이후 부부 사이
▲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한 장면. 무뚝뚝한 남편 ‘진봉’ 역의 류승룡. ⓒ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근에 아내는 각방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자는 시간도 서로 다르고, 쉽게 잠이 드는 나와 달리 자는 데 오래 걸리는 아내는 나중에 아이들이 독립하고 방의 여유가 생기면 그러고 싶다는 마음을 피력한 것이었다.

아내로서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밀어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들어 자신만의 공간이나 삶을 자주 주장하는 아내 모습에서 위기감을 느꼈다. 직장에 들어가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고, 특히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는 부부의 생활은 사라지고 오롯이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러길 벌써 16년이 훌쩍 지났다. 그런 세월을 보상이라도 받듯 은퇴 후에는 아내와 여행도 자주 다니고, 같은 취미 생활도 하고 싶었다. 은연 중에 아내에게 그런 마음을 나타내면 굳이 그럴 필요 있냐며 웃음으로 밀어냈다. 그런 모습에서 생각의 차이를 느꼈고, 그렇다면 은퇴 후에 우리 부부는 어떤 관계가 좋을지 고민되었다.

조선일보 '행복한 노후 탐구'에서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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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년째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통해 제 삶에는 큰변화가 생겼네요 그저 평범했던 하루가 글을 통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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