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맛이 씁쓸한 '나는 신이다', 법은 어디에 있나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4/18
언론이 종교문제를 다루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신도가 교주를 맹신하는 사례가 많은 사이비를 다룰 땐 더욱 그렇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보도에 압력을 가하고 급기야는 기자며 피디에게 위협을 가하는 사례도 적잖다. 보도를 전후하여 사이비 신도들이 언론사를 찾아 세를 과시하고 기자를 압박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연출한 조성현 PD도 그 같은 어려움을 수차례 겪었다. 미행은 물론 협박도 있었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사이비가 미치는 선명한 폐해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언론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JMS와 오대양 사건을 연거푸 다룬 <나는 신이다>의 세 번째 관심은 김기순의 '아가동산'에 머무른다. 기독교 교리를 교묘하게 바꾸어 자기가 곧 아가이며, 아가가 곧 예수가 되는 이 종교의 참담함이 다큐 가운데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큐는 아가동산이 신도의 삶을 핍박하고, 그 노동을 갈취하며, 급기야 생까지 앗아갔다고 말한다. 선명하고 명징한 비판이다.
 
▲ 나는 신이다 포스터 ⓒ 넷플릭스

JMS 넘으니 아가동산, 두 번째 방영금지 가처분

그러나 <나는 신이다> 5, 6번째 에피소드를 시청자가 계속 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교주 김기순과 현 아가동산 대표 등이 낸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 때문이다. 언론은 이들이 만약 방송을 지속할 경우 하루에 1000만 원 씩 보상금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이나 보상금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다큐의 흥행엔 타격이 있을 밖에 없다. 다큐 공개 직전 JMS가 낸 가처분 신청에서 겨우 기각결정을 받은 제작진은 또 한 번 법원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세상이 어느 땐데 가처분이 받아들여지겠어? 그렇게 안심하는 건 안이한 태도다. 아가동산의 언론보도 저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아가동산의 실체를 파헤친 방송을 준비했다가 방영 직전 좌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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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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