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들이 지닌 뜻밖의 권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8/07
  • 피에르 랭베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기자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원형 교차로에서 시위를 벌이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시위 참가자들은 보건, 교육과 같은 기초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가을에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사회운동에서 소외된 계층을 대표하는 세력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노란 조끼를 입은 여성들이 원형 교차로를 행진하면서, 자신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위를 벌인다. 간호사, 간병인, 보모들은 그동안 음지의 여성 노동자들을 가려왔던 장막을 헤치고 나와 밝은 형광색의 옷을 걸쳐 입었다. 여성이자 노동자로서, 평균 노동시간의 2배에 가깝게 일하면서도 늘 박봉에 시달리는 그녀들이, 오래돼 구멍이 숭숭 뚫린 사회복지체계를 고발하고 나섰다.

종사자의 대부분이 여성인 교육, 간호, 사회사업, 청소 등의 분야는 사회적 약자들을 책임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 자유사회를 실질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핵심분야다. 이와 같은 기초 서비스들이 중단될 경우 국가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 누가 노약자, 유아, 아동, 청소를 책임질 것인가?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경찰과 임원들이 나섰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경찰학교에서는 노인을 씻기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20세기 들어 가사, 종교, 자선 분야에서 유급노동 분야로 넘어온 이런 일들은,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지 않는 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수요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계속해서 고된 노동과 적은 대가를 강요한 끝에 결국에는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호텔의 메이드, 기차역의 청소부, 간병인, 요양시설 직원들(Ehpad), 의료계 종사자들은 2017년 말부터 차례로 파업을 이어가고 있고, 그 파업의 결과는 대부분 성공적이다.

정기적으로 가족에게 일정 금액을 벌어다 주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서민 또는 노동자는 20세기 노동자 계급을 상징하는 이미지로서 워낙 강력하게 각인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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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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