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하지만 재미없는 잠을 잘 자려는 시도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2/20
예전부터 수면에 대한 글을 종종 쓰고 있는데, 이유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내가 예전부터 오래도록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말을 했더니 친구들이 병원에 가시는 게 제일 좋겠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기론 병원에 가는 것으로 해결될 일은 아닌 듯하다. 물론 병원에 가면 어떤 방식으로든 과학적으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기야 하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도 아니면서 넘겨짚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나에게 고통을 주는 수면 습관이란 바로 두 시쯤 자고 여섯 시에서 여덟 시 사이에 두어 번 깨어난다는 것인데, 그냥 일찌감치, 10시에서 11시쯤 자고 그때 아예 일어나버리면 고민하고 자시고 할 거리가 없다.

문제는 도무지 일찍 잔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확히 그 시간에 일어나서 이동해야 돈을 받는 활동을 한다면 하늘이 두쪽나도 그 시간에 일어나서 활동을 하긴 할 테고, 수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피곤해서 미쳐버릴 테니 결국엔 자신의 목숨을 위해 습관을 뜯어 고치겠지만, 그럴 일이 없는 후줄근한 프리랜서 생활을 하자니 야간 활동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시간은 같은 시간이니까 일을 아침부터 하고 일찍 끝내고 일찍 자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고? 너무나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밤 시간과 아침 시간의 질감이란 상당히 다른 법이고, 밤이 자유를 앞둔 금요일 같은 시간이라면 아침은 마귀의 입속으로 굴러들어가기 직전의 월요일 같은 시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렵다. 거기에 덧붙여, 그런 요상한 핑계나 들고 와야 할 만큼 내가 나태하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시도해본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1. 멜라토닌
가장 강력했던 처방은 실제로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바로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은 잠을 자게 만드는 게 아니라 잠이 오게 만드는 수면유도제라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효과가 감당하기 힘들었다. 어머니는 하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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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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