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고 쓰러지는 승려... 이 장면에 담긴 의미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0/21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고 싶지 않다. 가렛 에드워즈 특유의, 그래 이제는 특유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특유의 연출이 고스란히 묻어난 영화가 또 한 번 반복되었을 뿐이다. <고질라>부터 <몬스터즈> 시리즈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 이어 <크리에이터>까지 에드워즈의 영화는 언제나 가능한 최고의 화려함과 최대의 규모, 또 그에 정확히 반하는 빈약한 내면을 가졌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글에선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단 영화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의미 있는 담론에 집중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때로 한 편의 영화는 그것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가치를 빚어내기도 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누군가에겐 이 영화가 그저 화려하기만 한 블록버스터로 스쳐지나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어쩌면 평소에는 좀처럼 닿기 어려운 깊고 귀한 생각에 이를 수도 있는 일이다.
 
▲ <크리에이터>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AI와의 대결, 왜 한가롭게 거니는 소에 주목하는가

영화는 미래에 인간과 AI로봇이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가 AI로봇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이들을 공격하는 것이 이 영화의 배경이다. 서방과 달리 AI로봇을 금지하지 않고 이들에게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주는 이들이 있다. 뉴아시아라 불리는 지역으로, 영화 속 단서로 짐작하자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일대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서방의 기술과 뉴아시아의 자연을 수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대비한다. 뉴아시아엔 수많은 AI로봇이 살아가고, 이들이 경찰이며 군대의 역할까지 상당부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정작 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비출 때면 끝없이 펼쳐진 논과 숲, 그리고 바다와 같은 자연광경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반면 서방세계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가득 깔린 도시로 그려지니 두 세계의 대비가 선명하다 하겠다.

에드워즈는 영화 가운데 수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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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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