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

조금 늦은 합평입니다..ㅠㅠ 죄송합니다...

언제나 살구꽃님의 글은 잔잔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잔잔하게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이번 이야기는 읽어내려가며 야채를 파는 할머니 앞에 쪼그려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어요. 그리고 그 장면 속에서 조금은 시끄러운 소음들이 불분명하게 묻혀져있는, 그리고 퉁명스럽다가도 반가운 이야기를 건네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 앞에 그려져 절로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은퇴'라는 것이 언제 가능하게 되는 것일까요. 힘겹게 허리를 피면서, 혹은 구부리면서 우리는 언제나 삶 속에서 여러 희로애락들을 느끼게 되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것이겠죠. 할머니들의 삶. 그 삶에서 '은퇴'라는 것이 지니는 무게는 우리와는 또 다르겠지요.

얼에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동안 살구꽃님의 멋진 에세이들을 읽어내려가며 그저 감탄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많이 배워갑니다. 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합평]

애환이 스며든다는 건 좋은 일일까. 해결을 목표로 둔 사람에게 과분한 애환의 무게는 좌절감과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애환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이유는 대부분 선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해결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통장의 하루'에 드러난 통장의 직책이 그렇다. 들어야 하는 과분한 노인의 애환에 비해, 줄 수 있는 건 고작 파스 뿐이다. 조금 더하자면 설문을 계기로 시행될지도 모르는 시범사업이라는 혜택 정도. 그러니까, 통장이라는 직책을 문서화한다면, 모은 설문지 개수와 전달된 파스의 개수만이 남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에 등장한 통장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어쩌면 설문과는 관계 없을 가족의 생사여부를 들어가며, 설문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며, 파스를 주거나 주지 못하는 일과를 보낸다.

기록으로 남을 것은 설문과 파스일지 모르겠지만, 통장의 마음에는 마을과 노인의 애환이 스며들어 있다. 지도에 있는 마을만큼이나 사람들의 마음에 담긴 마을에도 실체가 있다.

'통장은 언제 은퇴할까'

통장의 은퇴가 꽤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합평]

어릴 때 ‘통장님’이라는 단어를 들어보고 잊어버리고 있다 얼룩소에서 살구꽃 님을 통해 다시 듣게 된 것 같아요. 몰랐던 통장의 하루를 글을 통해 바삐 따라갔네요. 우리 공동체에서 정말 중요하고 다양한 일들을 하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었구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동안의 글들을 통해 살구꽃 님이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사회 구성원을 위한 활동에 남다른 애착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이 아니면 무관심이 당연한 세상에서 끊임없이 온기를 불어넣는 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C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여든이 안 되어 돌아가셨지만 병으로 몸 져 눕기 전까지 밭에서 난 작물들을 가지고 노상에 나가 팔곤 하셨거든요. 아버지께서 만류해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순간까지 단 얼마라도 본인 손으로 돈을 버셨어요. 어쩌면 할머니께도 애초에 은퇴란 없었네요. 

노환과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그들에게는 은퇴라는 단어조차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섬세한 시선으로 관찰한 통장의 하루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살구꽃 님과 얼에모1,2를 함께 하며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왜 극기훈련(?)을 다녀오면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것처럼 함께한 멤버들 모두 각별해진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살구꽃 님의 따뜻하고 섬세한 이야기들 많이 들려주세요^^
고생 많으셨어요!! ^_^

[합평]

'어느 통장의 하루' 제목을 너무 찰떡으로 지으신 것 같아요. 통장으로서 맡은 임무를 성실히 해나가는 모습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글로 옮기셨더라고요. 그러면서 만나는 이웃들의 사연들을 담담히 들려주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몸이 성치 않지만, 그럼에도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나온 사람들. 그 한 사람 한 사람과 각각의 사연들을 하나씩 알아가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들. 이런 직책이 있었지, 이런 필요가 있었지, 하며 새삼 통장이라는 자리를 떠올려 봅니다.

좀 더 촘촘해지려면, 통장이 된 사연을 적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임통장에 대한 언급은 있는데 어떻게 통장이 되신 건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어서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1년 넘게 통장을 해오면서 변화된 글쓴이의 심경이나 자세 등을 언급해주시면 더 완성도가 있을 것 같아요. 시작과 지금의 감정은 아무래도 다를 것 같거든요. 글쓴이가 통장 일을 어떻게 느끼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심정도 적어주시면, 더 공감이 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믿고 얼에모 1,2를 모두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제 뭘 써야 할지 감이 온다는 말씀에 저는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살구꽃 님은 그림도 그리는 분이시니, 그림과 글이 접목된 작품을 기획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다양하게 제작되고 있어서 그런 책도 좋고, 삽화가 섞인 소설이나 에세이도 넘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살구꽃 님만의 작품이 언젠가 제 두 손에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 그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결국 쓰게 되고 그리게 된다는 말을 살구꽃 님께 드립니다. 얼에모는 끝나지만, 살구꽃 님의 작품 세계는 더 넓어지고 깊어지리라 믿어요. 감사했습니다!! 

@살구꽃 

합평 : 통장의 하루를 통해 고령화의 민낯을 마주한다. 마지못해 사는 A, 분노 가득한 자식들의 돈으로 요양병원에 거주하는 B, 87세의 몸으로 노점에서 하루를 보내는 C의 모습은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다.

 글을 읽으며 못내 마음이 불편하다. 70을 바라보는 조금도 넉넉하지 않은 양가 부모님 생각이, 그보다 더 암울한 노년을 마주하게 될지 모를 나의 미래에 대한 염려가 가득해진다.

 글쓴이는 파스를 들고 노인들을 한 명씩 방문하며 어떻게든 사글사글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려 하지만, 노인들의 태도는 퉁명스럽고 건조하기만 하다.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속절없는 세월 앞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을지도 모를 미래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https://alook.so/posts/G1t9x5n

@재재나무 
아직 안주무셨어요? 제 할일이니까요. 어르신들 만나고 얘기 들어드리고 그래요. 
'쪽'팔린 통장입니다. 짬이 좀 되면 더 많이 팔릴 것 같아요. 제가 고맙죠~ ^^ 

잘읽었어요~~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똑순이 
일년내내 힘들지 않습니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고 있으니, 동네서 저를 알아보는 분들이 주로 어르신들이고 또  어릴 때는 인사성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저 꾸벅꾸벅 활짝 활짝
푼수처럼 웃고다니니 저는 몰라도 저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좀 있어요. 
직장에 다닐만한 연령대는 저도 잘 몰라요. 
특별히 이번에 시범사업으로 오늘도 어르신 한 분을 뵙고 왔는데, 
에고, 같이 울뻔했네요. 엄마생각도 나고요. 똑순님도 직장생활로 바쁘신데 
얼른 쉬어내 낼 또 출근하시죠. 고운 꿈 꾸시고 평안하시길 바라요. 고맙습니다. ^^

@살구꽃 님~ 통장 일도 참 힘든일 인것을 글을 읽고서야 알았네요.
고생 많으십니다.
저는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니 통장님이 누구신지 또 아파트 동장님이 누구신지도 모르고 사네요.
조금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드신 어르신들도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인생을 살면서 마음편히 은퇴할수 있으면 좋으련만 참 어려운 문제 인것 같습니다.
통장일 하시느라 수고하시는 살구꽃님께 감사드립니다^^ 

@천세곡 
제가 사는 구에 국한된 거지만, 이 시범사업이 잘 되어서 노인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 좋겠지요. 우선대상은 좀 어려운 분들이라 사정들이 정말 딱해요. ㅜ
공통적인 어려움은 외로움이에요. ㅜ
생각하신만큼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저 어르신들 만나는 거 좋아하거든요. 얘기 듣다보면 정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어요.  댓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