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이라는 농담
벌써 2년 전,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의 출간을 준비할 때 있었던 일이다. 책이 나오기 전 출판사로부터 저자 소개를 작성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두세 줄이면 충분한 짧은 글이었지만, 자신에 대해 직접 쓰려니 어색하기만 하고 좀처럼 괜찮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당시의 나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여러 사정이 겹쳐 자신을 정체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함께 지내는 친구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24세 고졸 무직’이라고 쓰는 게 어떠냐고 했다. 나는 장난치지 말라며 화를 내면서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정말 그만한 표현이 없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면서도 너무 진지하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세 단어의 조합은 적절한 화학반응처럼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는데,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사실이 ‘유머’가 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사실이 ‘낙인’이 되는 순간에도 우리는 지금처럼 웃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