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는 함정이다! -"기술 배워라"던 어른들은 책임지지 않았다

공업 고등학교 나오면 먹고살기 힘들다. 근로기준법도 안 지키는 중소기업으로 대부분 빠진다. 지역인재 채용으로 공무원을 노려봐도 합격률은 1%가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에서 3년 일하면 대학 보내준다더니, 그마저 직장 다니면서 통학하는 야간대학교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공고를 왜 갈까?
   
연혜원 작가는 공고 학생들한테 물었다. “이 학교 왜 왔어요?” 열에 아홉이 이렇게 답했다. “공부 잘 못 해서요.” 연혜원 작가는 학생들이 공고를 선택한 게 아니라, 국가 제도 탓에 공고라는 함정에 몰렸다고 보았다. 연혜원 작가는 경제와 사회 통권 제133호에 ‘능력주의 사회에서 공업고등학교 학생의 성인이행기 전략’ 논문을 게재했다. 경제지 기자로 일했다가 현재는 박사과정을 하고 있다. 12월 27일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1시간 동안 만났다.

연혜원 작가, 본인 제공


― 학생들이 공고에 진학하는 이유는?
   
거의 대다수가 똑같은 대답이 나왔다. “공부 잘 못 해서요.”, 공고 교사들은 2학기 때 중학교로 홍보를 나간다. 홍보 나가서 중학생들한테 대학 나올 바에 기술 배워서 빨리 취직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공고 가는 학생들 상당수가 힘든 가정에서 태어난다. 힘든 가정에서 태어났다 보니 이 ‘빠른 취직’은 솔깃한 제안이다. 당장 삶이 너무 힘든데, 공고에서 의무검정으로 자격증 따면 돈이라도 벌 수 있다. 교사들이 이렇게 말하니 선택 안 할 수가 없다.
   
― 공고 졸업해도 좋은 회사 취업하기 힘들지 않나?
   
고3 때 자격증 따고 현장실습 나가보면 바로 깨닫는다. 자격증 있으나 없으나 최저시급 받고 위험한 일하는 건 똑같다. 중학교에 홍보 나온 교사들은 고졸 취업의 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공고로 유인당한다. ‘공고 유인책’이 본격화된 큰 기점은 M...
연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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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가방끈 활동가이자 사회학 연구자. 연구로 <능력주의 사회에서 공업고등학교 학생의 성인이행기 전략>(202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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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지방, 불평등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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