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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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최근에 제가 가장 열심히 인용하는 연구가 있다면 1972년 MIT가 세계 석학들의 모임인 로마 클럽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입니다. 그 결과물이 당시에 3천만부 이상 팔린 '성장의 한계들(The Limits to Growth'인데, 연구진들은 제한된 자원을 인류가 남용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21세기 중반에 문명의 정점을 찍고는 쇠퇴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KMPG의 연구원인 Gaya Herrington이 '성장의 한계들'에 사용되었던 World3라는 모델에 최근의 데이터를 넣었더니, 인류는 1972년의 예측을 거의 그때로 따라가서 2040년이면 문명의 정점(인구, 산업 및 식량 산출물)을 찍고 쇠퇴할 것으로 예측이 되었다고 합니다.  Gaya는 현재 데이터 그대로 진행되는 BAU, 더 나은 기술 등으로 자원을 추가 발견하여 자원 매장량을 두배로 추정한 BAU2, 인류가 다양한 자원 고갈 및 극단적인 자연환경에 적응하...
기후/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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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 물전쟁 feat 골프장

 자주 나온 이야기였지만, 미국 서부는 기후 변화로 인하여 전례 없는 수준의 물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곡창 지대인 캘리포니아는 물론이고, 세계 최대의 신기루 도시인 라스베가스도 최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미드 호수의 수위로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실제로 연방 정부는 네바다주가 사용할 수 있는 2022년 미드 호수 급수량을 68억 갤런이나 삭감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불똥은 골프장으로 튀었습니다. 라스베가스의 지역 수자원 관리 협회 Las Vegas Valley Water District Board는 라스베가스에 새롭게 신설되는 골프장들은 콜로라도 강의 담수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조례를 발표했는데요. 라스베가스의 골프장들이 남부 네바다(사실 남부 네바다라고 해봤자 베가스 밖에 없다고 봐야하지만...) 수자원의 6%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너무한 조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네바다 지자체들은 수자원 사용량의 60%를 차지하는 주거용수...
기후/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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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혼의 설계자, 왕후닝

   사실 중국은 제 전문 분야도 아니고, 평소에는 막연한 두려움만 갖고 있던 존재이기에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조금 웃기긴 하지만...최근 사교육 금지, 게임 금지에 '미풍양속을 해치는 연예인 금지'까지 별 신기한 정책을 다 도입하고 있는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만나 공유합니다. 정치, 사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국제 언론인 팔라듐 매거진에 올라온 기사인데요.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까지 3명의 주석의 통치 이념과 정책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왕후닝이 미국과 서방 세계에서 벌어지는 아노미 상태(반지성주의, 혐오와 폭력 사태, 마약 및 범죄의 범람 등)의 근원에 뿌리 깊은 신념, 가치 체계가 붕괴하고 염세적인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득세한 것을 원인에 찾고 '새로운 중국의 가치 체계'를 만들기 위해 급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원인이라고 파악한 글입니다.  중국에서도 빈부격차가 극대화하고, 청년층들을 중심으로 무기력함이 확산되고, ...
국제정치/국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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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탄소 배출

 제 인생에서 가장 지속가능하지 않은 취미를 고르라면 와인이 있겠습니다. 2006년 신의 물방울이라는 오글오글한 만화를 계기로 와인의 세계에 입문한 이후, 15년 동안 제 영혼과 돈과 간세포를 바쳐가며 이 사치스럽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음료를 즐기고 있죠.  어이없게 비싼 주제에 마시면 없어져버린다는 소모성을 떠나서라도, 와인은 기후변화 시대에 참 맞지 않는 존재입니다. 일단 양질의 와인을 위해서는 제조 과정에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 와인 병에 담아야하고, 온도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한지라 항상 비슷한 온도가 유지되는 냉장고에 보관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탄소집약적이면서, 또 동시에 기후에 매우 민감한 와인 포도의 특성상 기후변화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유럽의 와인 산지들은 최근 몇년 동안 가뭄, 폭우, 서리, 폭염, 혹한 등 온갖 패키지의 기후재해에 휩쓸리면서 고전 중에 있죠.  그래서 그런지 와인 생산자들 중에서도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을 줄여 ...
기후/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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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유산

 이제 저도 꼰대화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로, 요즘 입만 열면 '왜 이렇게 어린 애들은 패기가 없나'란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20대 때는 궁금한 것도 많았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다녔는데 요즘 만나는 20대 친구들은 싫은 일은 안 하고 싶고, 노력 안 하고도 큰 돈 버는 일확천금만을 바라며 유튜브만 열심히 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차분히 대화를 나눠보면 그나마 10년전에는 존재하던 역동성과 사회안정성이 이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고, 시키는대로 공부는 했는데 취업도 주거도 미래도 불안정한데다가 선배, 어른들은 입만 열면 '너네는 너무 편하게 자라서 그래'라고 구박하는데 지금 청년들은 무슨 의욕이 생겨서 새로운 일들을 하고 싶을까 싶더군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후변화라는 최악의 유산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무서운 것도 없고 불가능한 것도 없던 베이비부머들과 무한한 성장만을 누리고 살던 X세대들이 앞만 보고 질주하며 만들...
기후/환경 · 젠더/청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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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탄소제로철강

 한국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철강 산업은 가장 탄소집약적인 산업이기도 합니다. 철강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5~8%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구요.  그렇기 때문에 최근 정부와 포스코 등 주요 철강 관계자들은 탄소제로철강, 수소환원제철 등을 띄우며 탄소 중립에 대비하기 위한 철강 산업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들을 시작했는데요.  다만 주변 철강회사 지인들한테 물어보니, 결국 수소환원제철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현재 기술로는 수소 추출 시에 막대한 탄소가 배출(그레이수소 혹은 블루수소)되고,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추출하는 그린수소로 가기 위해서는 그 막대한 전력량을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해야 하니 결국 당분간 진정한 의미의 '탄소제로철강'은 요원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라는 반응이더군요.  스웨덴에서는 국영회사들이 모여 HYBRIT라는 전기부터 철강을 만드는 과정까지 화석연료 제로인 제철 플랜트를 시험 가동을 시작했는데, 맥킨지에서는 이들이 시장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후/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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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레이션'의 역습

 제 대학교 은사분 중 한 분이 요즘 꾸준히 페이스북에 'ESG가 기업 잡는다'는 취지의 글을 포스팅하고 계시더군요. 개인적으로 기업들의 ESG 노선에 변화가 없으면, 아마 그 기업들도 교수님도 저희 모교도 저도 매우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왜 굳이 이렇게 성실하게 찬물을 끼얹으시나란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언론에서도 본격적으로 지나친 ESG 드라이브, 혹은 탄소 중립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주류 언론사에서 '그린플레이션'이란 이름으로 각국 정부들의 친환경 규제 및 탈탄소 정책으로 인하여 관련된 에너지, 원자재 물가들이 치솟는 현상을 다루고 있는데요.  애초에 기후변화가 인류의 편의를 위해 너무나 많은 자원을, 너무나 싼 값에 소모해왔기에 일어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그린플레이션'은 오히려 비용과 가격의 정상화라고 봐야 하지 않나 싶지만, 이 또한 편안한 버블 안에서 사는 리버럴 엘리트의 속 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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