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몇 년 전 가을에 수원에서 직장에 다니던 아들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인터넷에서 샀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집에서 기르게 된 강아지는 ‘벌자’라고 불렀는데 제법 예뻤다. 흰 바탕에 몸 여러 곳에 갈색 무늬가 있는 암캐다. 품종은 원산지가 유럽인 코카스파니엘(약칭 코카)이라고 한다. 사냥개 종류인데 활동성이 강하고 식탐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떤 집에서는 코카가 하도 먹기를 좋아하는 걸 보고 하루는 개 먹이 자루를 풀어놓고 나갔다 왔더니 자루의 먹이를 다 먹고 배가 터져서 죽어 있더라는 것이다.
처음에 개를 데려왔을 때 아내는 펄쩍 뛰었다. 아파트에서 무슨 개를 키우며 그 뒤치다꺼리는 누가 하라고 그러냐고. 당장 도로 가져다주라고 했다. 딸하고 내가 그래도 며칠 좀 데리고 있다가 도로 주든지 말든지 하자고 말렸다. 그렇게 하기를 두어 달이 지나고 나니 도로 가져가라는 아내의 성화가 쑥 들어갔다.
벌자라는 이름은 딸이 제의하여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