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기

심리적 안전감, 그것만 보장되면 좋은 회사일까?

한동안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이 화두였다. 반면에 스타트업 형태와 유사한 프로젝트 팀을 운영하는 내 경우에는 구성원의 긴장감을 올리는데 주력하였다. 구성원들의 성과에 따른 배분을 살짝 상향조정하고 각종 사고나 문제발생시 책임을 완수하게 하는 형태였다. 책임의 완수시 더 큰 기회를 주는 형태의 운영방식이다. 프로젝트와 과업에 익숙해질수록 매너리즘은 발생하기 쉽다. 이른바 요령이 발생하는 시기이고, 정공법에서 많이 벗어난 요령일수록 사고의 발생확률도 올라간다. 이때 심리적 안전감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묘한 자만심의 형성과 나름의 요령은 합쳐져 정해진 프로세스는 지켜지지 않고, 실수는 늘어갔다. 이때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종의 배수진, 나를 포함한 모두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없애는 것이었다. 정공법에서 벗어난 요령에 명분과 실리가 없을 경우 파괴하였고, 실수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지게 만들었다. 결과론적으로 마의 프로젝트 삼년차 최악의 결과는 막을수 있었다. 심리적 안전감...

노동/인권/사회

장혁기

메시로 대표되는 '영웅신화'의 뒷편, 내가 위치한 자리는?

나는 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어렸을 적 들었던 펠레, 마라도나 이후 확실하게 인지되는 ‘축구 영웅’이 한명있다면 ‘리오넬 메시’다. 리오넬 메시의 이야기는 완벽한 영웅 서사를 보여준다. 그가 보여준 천재성과 사기적인 능력, 고난극복 과정은 사람들이 한번쯤 꿈꿔본 영웅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어렸을적 불우한 환경과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고 축구 천재로 우뚝서고, 갖은 고난과 사람들의 멸시를 이겨내고 조국 아르헨티나에 월드컵 우승을 안겨준 메시의 이야기는 ‘영웅 신화’의 한장면으로 사람들에게 희열을 느끼게 만든다. 메시의 서사와 같은 영웅신화가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이유는 이미 고도화될만큼 고도화되어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고는 바늘구멍만큼도 없다고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축구라는 특정 종목을 떠나 대단한 누군가의 서사는 현실에서 느끼는 절망과 답답함에 위로와 안식을 준다. 헤라클레스 이야기로 대표되는 영웅신화 이야기는 암...

노동/인권/사회

· 사상/철학/역사

· 젠더/청년/교육

장혁기

중소, 중견기업 구인난을 바라보며

요즘 사람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가 속한 HR, HRD 분야도 역시 수많은 중견, 중소 기업에서 사람을 찾는다. 대기업이야 워낙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많으니 선발이 중요하겠지만 중견, 중소 기업은 모집 자체도 쉽지 않은 문제다. 내 경우에는 내가 속한 분야에서 만 22년차 이상이다 보니 나도 사람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과거에는 그런 부탁을 받으면 아는 인맥 선에서 무조건 추천을 해주었다만 요즘은 대표의 역량과 품성을 먼저 관찰하게 된다.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견, 중소 기업의 경우에는 성장 역량과 품성이 탁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사업상의 변수와 특수성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와 직원간 관계마저 궁합이 좋지 않을 경우 양쪽 모두에 좋지 않은 결과가 올수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본인이 직원을 선별, 채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기업과 구직자는 계약 전까지 어디까지나 동등한 입장에서 서...

노동/인권/사회

장혁기

ChatGPT,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트랜드를 바라보는 사업적 시각

작년 즈음 HRD라는 항상 새로운 트랜트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업종에 속해 있으면서도 ‘메타버스’라는 강력한 사회적 트랜드에 ‘Metaverse is bullshit!’이란 반대적 측면에 서서 게시글을 썼다가 집중포화를 당한 기억이 있다. 이른바 메타버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입장쪽에 선것이었다. 그런 입장을 택하게 된 근거로는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메타버스라는 열풍의 주제가 비본질적인 현상으로 내 눈에는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현 시점에서 되돌아 보자면 우리는 이제 Chatgpt에 열광하지 메타버스는 영 한물간 화두가 된듯도 보인다. 그짧은 기간 동안 우리는 코인 열풍에서 벗어나 코인의 몰락 과정도 지켜보았고, 불패신화 속에 있던 강남 부동산 또한 추락하는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심지어 이글을 남기고 있는 페이스북 또한 사명을 메타로 바꿀 정도로 ’메타버스 사업화‘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그들의 바램과는 다르게 메타의 사업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

산업/기술/IT

· 지역사회

장혁기

인생 선배님들로부터 배운 몇가지 지혜

인생 선배님들로부터 배운 몇가지 지혜 1. 차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지 못한다. 차는 이동수단일뿐 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내 자신의 가치는 가진 생각과 행동, 말과 글로 드러난다. 2. 비싼 관광지, 비싼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이 내 삶의 질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의미있는 노동, 적절한 여가와 휴식, 영양과 맛이 좋은 음식 등 생활의 조화가 이뤄질 때 삶의 질은 올라간다. 3. 오십은 지금까지 해온 일 외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혀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이다. 아는 선배님중 한분은 오십에 논어를 공부하기 시작해 지금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명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한분은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해 이론과 실제가 조합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살기위한 노동에서 의미를 가지는 노동으로 변화시킨 분들이다. 궁극적으로 생을 살아갈 때 남은 것을 다 소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는 삶이 아닌 ...

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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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그 열풍 뒷편의 숨겨진 몇가지 이야기들(Feat. 확증편향)

장혁기

MBTI, 무분별한 맹신에 대한 경고

제발 내 주변분들이라도 이런 유사과학에 현혹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MBTI는 개발 취지도 인간의 성격을 명확하게 분류하기 위함이 아닌 이런 방식으로 성격유형을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는 예시 정도의 신뢰도와 타당도가 확보되지 않은 일종의 실험적 접근이다. 검사지 표지에도 이를 직업유형에 대입하거나 사람의 특성을 정형화시켜 판단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하는 데 이 무슨 짓이란 말인가.장난식으로야 혈액형별 심리학을 믿건, mbti를 믿건 무슨 큰 문제냐고 단순하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학문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도구를 가지고, 채용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건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용납되지 않아야 한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MBTI를 채용시 필터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례와 같이 근거없는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은 개인이나 조직의 ‘자유’로 볼수없다. 미국같이 법적 처벌이 강한 나라였다면 소송으로 엄청난 손실액과 함께 근거없는 차별을 통해 다양성을 저해하고, 혐...

노동/인권/사회

· 젠더/청년/교육

장혁기

MBTI, 그 열풍 뒷편의 숨겨진 몇가지 이야기들(Feat. 확증편향)

요즘 MBTI나 각종 심리검사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본다. 자기 자신의 내면적 심리나 성향도 끊임없이 타인에게서 확인받고자 한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자기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거나, 되고 싶어하는 모습, 달리 말해 현재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자신이 되길 원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투영하고 합리화하는 것일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대부분의 심리검사가 자기보고에 기반한 검사도구이니 흔하게 발생할수 있는 응답 오류이기도 하며, 검사모형 자체의 타당도와 신뢰도의 문제일수도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개인의 직업적 적합성이나 성공가능성을 예측할 때 큰 설명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채용이나 보직 결정시 이런 심리검사 도구는 단순한 참고자료이지 의사결정에 직접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성을 내포하며 다양성 관리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

노동/인권/사회

· 젠더/청년/교육

장혁기

서브웨이 가서 빵사다 든 생각...

동네 전철역 주변에 드디어 서브웨이가 생겼다. 햄버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 식성에는 서브웨이 샌드위치가 훨씬 만족스럽다. 그런데 가게를 들어가보니 5명 정도의 젊은 여성인력이 근무를 하고 있다. 이거 가게를 계속 운영하는 것이 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젊은이들이 적은 하남에서 지속적으로 인력을 구할수있을까? 아마 어려울거다. 거기에 단가는 1인당 6천원~7천원 수준이다. 전철역 주변의 비싼 임대료, 인력난 등 경영상의 악재는 차고 넘친다. 저숙련, 저비용의 인건비가 싼 젊은 인력의 노동력에 기반한 서비스 산업은 이제 한계에 달해 지속불가능할것으로 예측한다. 작가 류시민은 요즘 일련의 사태를 보며 한세기가 끝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나 역시 그와 비슷한 감상을 느낀다. 우리가 그동안 경험했던 세상은 20세기가 만든 산업화의 세기였다. 이제 우리는 산업화가 주었던 풍요를 거쳐 그로 인해 누적된 문제로 그간의 세상이 해체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본다. 이에 대처하는 방...

지역사회

· 노동/인권/사회

장혁기

사업을 한다는 것을 한문장으로 줄인다면...

사업을 한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어떤 내용이 될것 같은가? 나의 경우엔 ‘그만둘 때를 명확히 안다는 것’으로 표현할듯 싶다. 조금만 더하면 빛을 볼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것만 해결되면 잘 풀릴 것 같은데… 등 이미 시작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백만분의 일의 확률일지라도 이미 시작한 사업은 계속 미련을 남기고, ‘하면 된다’의 저주가 시작된다. 조금 다른 예로 도박을 예로 들어보자. ‘이번 판은 돈을 잃었지만 조금만 더 해보면 될거야 또는 판을 키우면 잘될거야’ 등 도박은 우리가 사업을 하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다. 타인의 시각으로 보면 왜 저렇게 도박에 빠져 인생을 망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답답한 모습이겠지만 막상 도박에 빠진 사람은 그 모습을 직시하기 힘들다. 사업은 분명 도박과 다른 것이겠지만 성공에 대한 갈망은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냉정을 잃게 만든다. 열정적으로 사업에 모든 것을 던진만큼 우리의 눈을 가려 후퇴해야 할 순간에...

경제/소비자

· 젠더/청년/교육

장혁기

입사하자 마자 번아웃,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

아주 가끔 사람들 앞에서 교육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되면 교육과 산업의 관련성을 설명할 때가 있다. 내 전공이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라고 주로 산업과 산업에 필요한 인력육성을 다루는 학문이다 보니 이런 쪽에는 약간의 지식과 통찰이 있긴 하다. 여러분이 다녔던 초등학교(국민학교)에 입학해서 제일 처음 배우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해보자. 여러가지 답이 있을수 있겠지만 제일 처음 배우는 것은 운동장에서 오와 열을 맞춰 줄을 서는 것을 배운다. 그 다음으로 배우는 것은 수업시간 종에 맞춰 교실에 들어오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을 배운다. 이 과정을 산업과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제조업 공장 노동자에게 필요한 기본 규율 준수를 배우는 과정으로 볼수있다.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적정한 통제를 할수 있는 간격으로 줄믈 맞추고, 시간에 맞춰 무엇인가를 하는 활동을 몸에 익힌다. 일제식, 주입식 교육이 나쁘다고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사실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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