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으로 불린 이후로 시간이 거래 대상이 아닌 적이 있었을까. 인간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어서, 타인의 시긴이 투여된 결과물을 자신의 시간이 투여된 결과물과 거래했다. 물론 각자가 동일한 형태로 축적된 가치를 주고받는 일은 드물었다. 거액을 유산을 상속받는 자가 있으면 거대한 가난을 대물림하는 자도 있었으니까. 흔히 자본가들은 다수의 노동자들의 시간을 착취하며 애초 작지 않았던 눈덩이를 더 크게 만들었고 노동자들의 눈덩이가 커지는 속도는 비교적 느렸다. 자본가들이 그렇게 불린 자산으로 병원을 자주 오가며 수명을 연장하는 동안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과로와 스트레스로 쓰러지며 남은 시간을 단축해야 했다. 통계적으로 평균적인 삶의 질은 상승했다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쓰러지던 다수는 그 통계를 마주할 일이 드물었다. 계층과 노동이 존재했을 적부터 노동자들의 수명은 자본가들의 수명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근 미래를 다룬 패러다이스는 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