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처럼 계속 수면 위로 드러나야
첫 만남이었다.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 기다리는데, 일상 속에서는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몰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누군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교복 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그는 성착취범 ‘엘’에게 피해를 입은 A(가칭, 14세) 씨다.
A 씨는 주말에도 학원에 다니느라 바빠서 이날 한 끼도 못 먹었다고 했다. 첫 끼를 뜨는 숟가락이 바쁠 법한데, 음식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학교와 학원을 다니는 것 외에도, 요즘 새로 생긴 취미 덕에 얼마나 바쁘게 살고 있는지, 쉬지 않고 이야기해줬다. 좋아하는 일을 말하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어느새 대화의 주도권은 그에게 가있었다.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났다. 우리는 인적이 드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인터뷰 질문 보고 이 정도면 할만 한데?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