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끝)

김양균
2024/04/16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①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②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③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➃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⑤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⑥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⑦
결말을 알고 있는 이야기⑧ 
출처: 김양균
2014년 5월 4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 위치한 가족대책본부. 그 옆에 세워져 있는 화이트보드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중년 남녀가 종이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맞는 것 같아. 그치?”
   
“그래, 맞는 것 같아.”
   
“가보자.”
   
사내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자리를 떴다. 이들이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243번째 수습된 희생자’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붙어있었다. 5분 후 단발머리의 소녀가 황급히 달려왔다. 스마트폰을 든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소녀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줄이 간 트레이닝복 바지에 밤색 티셔츠,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소녀가 신은 양말색은 알록달록한데, 보드에 붙어있는 종이를 읽는 소녀의 얼굴은 이내 새하얗게 변했다.
   
“혜영아, 혜영아, 혜영이 맞아. 이 안경. 혜영이가 맞아!”
   
소녀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눈물도 흘리지 않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앞서 종이를 확인한 남자가 소녀를 일으켰다. 
   
“그래도 확인해봐야 아는 거잖아. 가보자. 응?” 
   
소녀는 남자에게 안기다시피 기대 신원확인소로 걸음을 옮겼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자칫 앞으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결국 또 다른 실종자 가족도 나서 소녀를 부축했다.
   
243번째 실종자는 3층 주방의 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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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균
김양균 인증된 계정
의학기자
여러 의미의 건강에 대해 씁니다. <팔레스타인의 생존자들>, <의사 vs 정부, 왜 싸울까?>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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