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입학시험(1)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2/11/17
수능날이라 시험에 관한 생각들이 계속 뇌리에 맴돈다.
나는 정말 지겹도록 시험을 많이 치르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은 물론  국민학교까지 시험을 쳐서 갔을 정도니까.
일반 국민학교가 아닌 교육대학 부속국민학교를 가기 위해선 그 당시엔 시험을 쳤었다.  구두시험을.
몇 년 후 내 동생이 학교를 갈 땐 시험이 폐지되고 뺑뺑이를 돌리는 추첨제로 전환이 되었지만 나는 7살 인생에 처음으로 입학시험이란 걸  치르고 학교에 갔던 것이다.

나는 그 당시 동네에서 똑똑하고 유식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아이였다.  어찌나 말을 야무지게 잘 했는지 별명은 촉새였고 장래희망은 미스코리아였다.
또래에 비해 모르는게 없었고 어려운 단어도 상황에 맞게 적절히 사용해 어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유치원에서도 시소를 타며 어디로 갈까  하면 다른 애들은 겨우 서울 정도를 말 할 때 나는 런던, 파리를 외쳐대던 아이였으니까.
요새 애들이랑은 비교할 수는 없는게 그땐  어떤 정보나 지식, 상식 같은 걸 얻을 수 있는 매체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티비는 당연히 없었고 어른들은 라디오 연속극 듣는게 유일한 낙이었고 애들은 그림책조차 변변히 없던 시절이었으니 나의 똑똑함은 가히 어른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 나의 유식함은 사실 전적으로 이모들의 영향 때문이라고 해도 틀림이 없었다.
나는 이모가 무려 5명이나 있다.
엄마는 6녀 1남의 장녀였으며 외할머니가 나와 동갑인 막내딸을 낳고 돌아가시는 바람에 결혼 한 엄마를 제외한 자식들은 모두 계모의 손에 맡겨지게 되었다.
계모가 싫었던 이모들은  수시로 큰언니의 집으로 찾아왔고 그 중 한 이모는 아예 짐을 싸서 우리집에 와서 학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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