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대회와 핼러윈 참사 : 정치가 만드는 사회

박수형
박수형 · 차가운 열정, 정치학 전공
2022/12/05

어린이 큐브 대회 풍경

이태원 핼러윈 참사 후 한 주가 지난 주말, 큰아이와 함께 아이가 신청했다는 큐브 대회에 갔다. 초등학교 체육관을 빌린 이날 행사에는 참가 학생뿐 아니라 부모와 어린 동생들까지 족히 1천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대회장을 가득 메웠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린 탓인지 행사는 지체되었고, 당황한 사회자는 예정했던 인사말 등은 모두 생략하고 곧바로 대회를 시작하겠다는 안내 멘트를 반복했다.

연단과 경연장을 제외한 넓은 공간에는 간이 의자가 촘촘히 깔려 있었지만 앉을 자리는 부족했다. 그 사이로 좁은 통로를 지나는 아이와 어른들은 서로 부딪히기 일쑤였다. 때가 때인지라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들 목소리가 있었다. 그에 따라 사회자는 마이크로 질서와 안전을 당부했고, 체육관 밖 공간 활용을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장내 질서와 안전을 맡은 안내원은 없었다. 하늘색 조끼를 걸친 진행요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참가 학생 등록과 간식 나눠주기만으로도 몹시나 분주해 보였다.
출처: Unsplash
대회가 시작되고 아이들이 조막만 한 손으로 큐브를 돌리자 부모들은 앞다퉈 경연장 쪽으로 나가 사진찍기에 몰두했다. 그때도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기는 했다. 하지만 부모들 관심은 안전사고보다 아이들 사진과 시간 기록에 더 많이 쏠려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회사 근처 도심에서 있었던 한 주전의 주말 집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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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서울시의회 입법조사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역서로는 <운동은 이렇게>(역서, 2021), <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공저, 2013), <미국 헌법과 민주주의>(공역, 2016), <절반의 인민주권>(공역, 2008)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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