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수의사 허주행 - 꿀벌은 공익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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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꿀벌 수의사 허주행

“꿀벌은 생태계의 가장 밑바닥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누군가의 식탁은 사라지고, 어떤 열매는 과거의 영광으로 남는다.”

꿀벌의 최대 활동 반경은 반지름 2킬로미터인 원이다. 서울 약수역 옥상에서 저 멀리 보이는 남산까지 날아갈 수 있다. 바쁘게 날아다니는 꿀벌은 생태계 가장 밑바닥부터 우리 식탁 위 물가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가 사라지는 꿀벌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다. 꿀벌들은 어쩌다 사라진 걸까?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꿀벌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허주행 수의사는 국내에 세 명 뿐인 꿀벌 수의사 중 한 명이다. 그에게 꿀벌에 대해 물었다.
꿀벌 수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하다. 국내에 두 명 있다고 들었는데. 수의과대학에 꿀벌 질병에 대한 교과목이 없다보니 진입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

한 분이 몇 개월 전에 합류하셔서 총 세 명이 됐다. 꿀벌의 질병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꿀벌의 법적인 지위다. 날아다니니까 곤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축산법 시행규칙과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꿀벌을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수의사법에서는 꿀벌을 동물로 정의하고 있다.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은 수의사지 않나. 그런데도 꿀벌은 너무 작고 마이너하게 다뤄져 왔다. 2013년, 수의사 처방전 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소나 돼지, 고기나 우유에 항생제가 잔류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니 항생제 내성을 줄이기 위해 시행된 법안이다. 꿀벌 쪽에도 이런 전문 수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했고, 국내 첫 번째 꿀벌 수의사인 정년기 원장님이 국내 자료, 해외 자료등을 모아 세팅을 했다. 지금 막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꿀벌 수의는 보통의 반려동물 진료, 치료와는 개념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꿀벌은 강아지, 고양이, 소, 돼지와는 다르다. 꿀벌을 안고 병원에 오기는 힘들지 않나. 개체 한 마리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군집 하나를 살리고 보존하는 게 목적이다. 네모난 벌통 안에 적게는 2만 마리, 많게는 5만에서 6만 마리의 꿀벌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열 마리의 벌이 죽었다고 해서 되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그 군집의 전염을 막는 군집 치료가 진행된다. 질병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꿀벌 수의에 있어 환경적 요인이 큰 만큼 책만 보고 치료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맞다.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이 너무 많다. 말벌이나 개미, 딱정벌레와 같은 해충이 심각하면 벌들이 집을 버리고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시골에는 골프장이나 도로를 건설하는 경우가 많아 공사 소음으로 인해 벌들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기도 한다. 드론으로 뿌리는 살충제의 영향도 적지 않다. 다른 동물들은 아프면 티가 나지 않나. 그런데 꿀벌은 특징적인 게 별로 보이지 않는다. 환경적 요인이나 질병까지 모든 걸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다.

꽃이 피는 시기나 지형적 문제도 중요할 것 같다.

보통 우리나라 꿀벌은 2월에 한 해를 시작한다. 5월에 꿀 생산의 80퍼센트가 이뤄진다. 꽃이 피는 시기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변온동물이라는 벌의 특성상 날씨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 5월에 꽃이 피고, 적정 온도를 유지해 벌들이 꿀을 채집하러 다녀야 하는데 최근은 그렇지 못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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