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씨
복사씨 · 비난의 고통을 공론화의 에너지로!
2021/11/11
재랑 님의 글, 아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여러 교육 현장에서 경험하는 이런 다양한 형식의 글을 계속 읽고 싶어요. 지난 주에 어떤 학술대회에 갔다가, 여성독자 당사자로서의 딜레마와, 더 이상 시를 예전처럼 즐겁게 읽을 수 없는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어요. 그날 현장에는 국어 선생님들도 오셨는데요. 도대체 어떻게 시를 읽고 공유해야 하는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시들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다들 고민이 깊으신 것 같았어요.

수업 PT에서 특정 시들을 삭제하는 거야 손쉽겠지만, 논의되어야 할 시들을 섬세한 언어로 다시 읽기하는 작업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인 것 같습니다. 우선 대학생들은 시를 너무 싫어하고요. 고등학교 때는 그나마 입시라는 강제성이라도 있었는데, 대학에서는 관심있는 도서를 한 권 고르라고 하면, 시를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이번 학기 제가 수업하는 어떤 과목은요. 80명의 수강생 중, 시집에 관심을 보인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시가 안 읽히는 장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번 학기처럼 시가 완벽하게 외면된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어요. 가령 김수영 시인의 예를 들자면요. 학술장에서는 김수영 탄생 100주년이라고 여기저기서 조명하고 야단법석인데, 요즘 학생들은 김수영 시인에 그렇게 열광하지 않거든요. 다른 교육 현장에서는 김수영이란 시인을 학생 독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교육 현장이든 사교육 현장이든, 교육 현장에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경청하면서, 다음 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날 제 발제를 듣고, 토론해주신 선생님의 글을 아래에 공유해 봅니다(저자의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지신 분이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여). 그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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