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과학국가였다, 이 영화가 말하는 것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2/30
항해사 자격을 얻기 위해 먼 바다에 나간 일이 있었다. 부산의 국립기관에서 몇 달간의 연수를 받고, 다시 실습선에 올라 근해를 항해한 뒤의 일이었다. 자동차운반선을 타고 나간 그 먼 바닷길에서 나는 말라카와 수에즈, 지중해와 지브롤터, 도버 등을 지났고, 때로는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비스케이만을 거쳐 북해에 이르렀다. 오십 개가 훌쩍 넘는 항구에 들러 각 나라의 고유한 풍경과 문화를 만나기도 했다.
 
배를 타기 위하여, 다시 배 위에서 보낸 짧지 않은 시간은 내게 많은 것을 달리 보도록 했다. 그중 하나는 내가 선 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법이었다. 사방이 바다인 망망대해에서 항해사는 제 위치를 찾는 자였다. 제 위치를 아는 것으로부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정해야 했다. 길을 찾는 자라는 뜻의 네비게이터(Navigator)가 항해사의 다른 이름이란 사실은 바로 이러한 연유다.
 
그렇다면 항해사는 무엇으로 길을 잡아 가는가. 지금에야 수없이 많은 위성과 계약을 하여 GPS 좌표로써 위치를 안다. 우리는 이를 전파항해라 하는데, 항해사가 전파항해만 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항해사는 다시 지문항해와 천문항해의 두 가지 방식을 배우게 된다. 지상과 해상의 물표를 바탕으로 길을 찾는 방법이 곧 지문항해이고, 천구의 존재로써 나를 바라보는 법을 아는 것이 천문항해다.
 
▲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무심코 지나치는 천측과 과학의 가치

주간에는 태양으로, 야간에는 북극성을 비롯한 별자리로 항해사들은 위치를 낸다. 천체의 위치를 기록한 천측력을 바탕으로, 기준이 되는 천체의 위치와 측정하는 시각을 넣어 계산하면 배의 위치가 나오게 된다. 특정한 시각마다 관측하는 장소에 따라 천체는 특정한 위치에 있게 마련이니, 천측력과 시각을 알면 위치를 구할 수 있고 반대로 천측력과 위치를 알아도 시각을 구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천측의 기본적인 원리다.

얼마 전 친구들에게 떠 있는 태양의 위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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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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