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지친 어른 아이에게 건네는 단단한 위로 :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by. 이꽃잎>
2023/10/10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아이, 유찬.
스스로 태어나선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아이, 하지오.
이야기는 유도를 하는 지오가 엄마가 예전에 살았던 정주로 갑작스런 전학을 오면서 유찬이를 만나며 시작된다. 이야기는 [하지오]. [유찬]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각자의 마음을 교대로 보여준다. 독자는 지오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가 유찬의 마음 속에도 들어갔다가 둘의 마음을 오가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유찬이처럼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지만 이러한 서사 구조로 인해 독자는 마치 유찬이처럼 인물들의 마음을 읽는 간접 체험을 하게 된다.
지오와 유찬의 마음을 오가다가 작품 중반부터는 책을 멈추고 며칠을 묵혔다. 강하게만 보였던 유찬이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고 조금씩 자신의 속내가 드러나기 시작할 때 페이지를 넘겨 이 아이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찬을 보며 나도, 아직 멈춰있는 나의 그 시간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형이 혹시라도 행복하지는 않은지, 여전히 형의 삶이 지옥 같은지 확인한다고. 이렇게 괴물같은 게 바로 나야."
"그러니까 이제 더 가까워지지 마. 나도 내가 얼마나 더 잔인해질지 모르니까."
두렵다. 이 아이를 내가 더 많이 원하게 될까 봐. 그래서 전부 용서하게 될까 봐. 내게서 가장 소중했던 모든 걸 앗아 간 그날의 화재마저 결국 잊게 될까 봐.
<여름을 한 입 베어물었더니> 소설의 제목치고는 너무 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여름은 싱그럽고 아름다운 여름이 아니라 유찬을 지난 5년간 내내 괴롭히던 불길이었다. 그 불길 속에서 유찬이를 안아 지켜내고 세상을 떠난 엄마와 아빠에 대한 기억이었다. 화재 후에 혼자만 살아남아 내내 지옥을 살아내는 동안 유찬은 새별이 형을, 엄마 아빠 없이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는 새별이 형을 위해 자신의 아픔을 외면한 마을 사람들을 용서하지 못한다.
겉으로...
말과 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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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