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J의 셀프심리치료 일기] #1. 심리학, 어쩌면 긍정의 탈을 쓴 폭력

조율
조율 · 도서관 덕후.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
2023/11/07
투명한 유리컵에 물을 채우고 흙은 한 숟갈 넣는다. 수저로 한 번 휘저으면 흙탕물이 된다. 이 흙탕물을 다시 맑은 물로 만드는 방법을 묻는다. 수저로 흙을 한 숟갈씩 건져낸다. 시간은 많이 걸리는 데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다.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한다. 몇 리터가 되는 물병을 가져와 컵에 들이붓는다. 콸콸콸, 컵의 물은 넘치고 그 속에 있던 흙덩이도 같이 흘러넘쳐 컵 안에는 맑은 물만 남는다.
   
   
심리학 강연에서, 또 어느 포스팅에서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예시였다. “과거의 부정적인 기억에 사로잡혀 그 기억을 처리하기 위해 애쓰지 말고 오히려 현재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과거의 부정적 기억을 흘려보내라.” 매번 비슷한 영상을 보면서 그때마다 그 예를 든 사람의 의도대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 아침 우연히 그 영상을 보면서 의문이 든다. 컵 속의 흙을 없애려고 도대체 몇 리터의 물을 들이붓는 걸까?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이 현재의 나를 잠식하는 것은 지금 나의 현재가 허약하기 때문일 텐데, 지금 힘이 없어서 눕고 싶은 사람에게, 지금이 힘들어, 과거의 나를 자꾸 돌아보는 사람에게 그거 당장 집어치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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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의 힘을 믿습니다. 교육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꿉니다. 앎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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